[종교]기독교“내세에만 집중, 현세 변화엔 소홀”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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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가르치고 설파한 복음의 본래 모습을 회복해야 21세기 기독교와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승적 기독교 신앙’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많은 저서와 논문 등을 통해 기독교의 배타성을 비판하고 ‘열린 종교’를 주창해온 김경재(신학) 한신대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 ‘울타리를 넘어서’(유토피아)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으로 ‘대승적 기독교 신앙’을 제시했다.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김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교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참 종교’의 의미와 역할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얼핏 듣기에 ‘대승적(大乘的)’이라는 말은 불교를 연상시키지만 김 교수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대승적’이란 말은 ‘부분적이거나 개인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의 태도’를 말한다”면서 “‘대승적 기독교 신앙’이란 개인만의 구원이 아니라 민족공동체의 구원을 생각하고, 내세의 구원만 목표로 하지 않고 현세와 내세를 아우르는 ‘큰 믿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승적 기독교 신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한국교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은 오늘날의 기독교가 역동적 생명력을 상실하고 제도적 종교기관으로 변질되어 간다고 비판한다”면서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세속화되고 물화(物化)되어 간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선교 120주년을 맞은 한국 기독교는 세계 선교사상 유례가 없는 양적 급성장을 이룩했지만 최근 들어 신자 수 늘리기와 큰 교회당 짓기 경쟁에 치우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올 부활절(3월 27일)을 기념해 예수와 십자가 고난 행군을 재연한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는 이어 “한국의 보수적 기독교 집단들은 ‘개인의 영혼’을 이 세상에서 구원해 ‘저 세상의 천국으로 인도해내는 것’이 교회의 제일 업무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시한부 종말론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이러한 신앙관은 전형적인 ‘소승적 기독교 신앙관’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많은 교회들에서 개인의 영혼 구원과 천국에서의 영생복락이라는 타계신앙이 중심을 이루면서 현세의 공동체가 자유 정의 평화의 공동체로 거듭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비판이다.

김 교수는 ‘대승적 기독교 신앙’을 위해 한국 교회가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종교지식이나 교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리주의 △특정 도덕규범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가장 모범적인 신앙생활이라고 착각하는 율법주의 △자기 조절이 불가능한 광신주의 △한국의 종교문화 유산과 타종교를 배격하는 배타적 기독교 신앙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대승적 기독교 신앙’을 실천한 ‘큰 신앙인’으로 도산 안창호, 월남 이상재, 남강 이승훈, 고당 조만식, 장공 김재준, 신천 함석헌 등 10명을 꼽았다. 김 교수는 “안창호 같은 분들은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민족 전체의 구원을 생각했으며 내세의 구원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현세와 내세를 아우르는 ‘큰 믿음’을 지니고 살았던 분”이라며 ‘대승적 기독교 신앙’을 위해 이들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차수 기자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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