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한반도 핵확산 위협 국제세미나서 제기

  • 입력 2005년 5월 5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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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원자폭탄은 물론 수소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핵심 물질과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 그동안 일본이 핵무기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폭탄의 종류를 거명하며 관련 물질과 기술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주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의실에서 열린 ‘일본과 한반도의 핵확산 위협에 관한 그린피스-환경운동연합 공동 국제세미나’에서 제기됐다.

○ 원자폭탄이 수소폭탄 방아쇠

수소폭탄은 일반적으로 원자폭탄보다 강력한 위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만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폭탄은 말 그대로 ‘수소’가 원료다. 자연계의 99.9% 이상을 차지하는 보통 수소가 아니라 좀더 ‘무거운’ 수소가 사용된다. 즉 보통 수소에 중성자가 한 개(중수소)나 두 개(삼중수소)가 붙어있다. 이들이 융합해 양성자 두 개와 중성자 두 개로 이뤄진 헬륨 원소가 만들어질 때 중성자 하나가 빠져나온다. 이 미세한 질량손실(m)이 아인슈타인의 공식(E=mc2, c=30만km/초)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바로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현상이다.

그런데 핵융합이 생기려면 4000만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을 품고 있다. 원자폭탄이 먼저 폭발해 고온 조건이 만들어지면 이를 방아쇠로 삼아 핵융합이 일어난다.

○ 민간 연구에 막대한 예산 투입… 플루토늄 40톤 확보

영국의 핵기술자 존 라지 씨는 발표장에서 “일본은 수십년간 정부와 민간 모두 원자력 연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왔다”며 “플루토늄뿐 아니라 중수소나 삼중수소 제조기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통 원자폭탄은 우라늄235 폭탄과 플루토늄239 폭탄으로 구별된다.

우라늄235는 자연계의 99.3%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에 비해 조금 가벼운 원소로 중성자와 고속으로 부딪히면 연쇄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우라늄235의 비율을 높이는 과정을 ‘우라늄농축’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연료에는 우라늄235가 10% 들어 있다. 이에 비해 원자폭탄에는 90% 이상 농축된 것이 필요하다. 이 고농축우라늄 15kg이면 폭탄 하나가 제조될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 김태우 박사는 “일본은 이미 1985년 6mg의 저농축우라늄을 얻는데 성공했다”며 “현재 고농축우라늄을 확보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플루토늄239 폭탄 제조도 가능하다. 원자로에서 중성자가 우라늄238에 부딪히면 플루토늄239가 발생한다. 만일 원자로에서 사용된 핵연료에서 플루토늄239 4kg을 뽑아내면(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폭탄 하나를 만들 수 있다.

김 박사는 “일본은 플루토늄을 새로운 핵연료로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영국과 프랑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4월 현재 40톤의 플루토늄을 확보했다“며 ”내년 아오모리현 로카쇼 재처리시설이 본격 가동되면 엄청난 양의 플루토늄을 손에 쥘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핵융합기술, 美-유럽과 대등

수소폭탄에 사용될 원자폭탄으로는 무게가 훨씬 가벼운 플루토늄239 폭탄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 또 일본의 핵융합기술은 세계 수준이다.

김 박사는 “일본은 1985년부터 핵융합 실험장치 JT-60을 가동 중”이라며 “기술수준으로는 미국이나 유럽과 대등하다”고 지적했다. 수소폭탄용 재료와 기술을 대부분 갖춘 셈이다.

김 박사는 “플루토늄239를 순수하게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일본의 과도한 군사력을 억제하는 ‘미·일 동맹’이 있기 때문에 당장 핵무장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근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중국이 군사 현대화를 주창하는 분위기를 명분삼아 일본이 핵무장을 정당화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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