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속의 오늘]1965년 5월 6일 박수근 타계

  • 입력 2005년 5월 5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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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시골집, 잎을 떨어뜨린 채 속살을 드러낸 나무,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아낙네, 동네 어귀에서 공기놀이하는 아이들….

서민적인 삶의 정경을 아련하면서도 따스하게 표현했던 화가 박수근. 회백색 화강암의 독특한 질감을 화면에 구현했던 화가 박수근.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불리는 그가 1965년 5월 6일 타계했다. 51세의 많지 않은 나이였다.

40년이 지난 지금 한국 미술계에서 박수근의 인기는 단연 최고다. 최근 수년 동안의 미술품 경매에서 그의 작품이 잇달아 한국 근현대 미술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2001년 9월 서울의 한 경매에서 박수근의 ‘앉아있는 여인’이 4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당시까지의 근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잠자고 있던 한국의 미술품 경매 시장을 흔들어 깨운 것이다.

신기록은 계속 이어졌다. 2002년 3월 ‘초가집’이 4억7500만 원, 같은 해 5월 ‘아이 업은 소녀’가 5억500만 원, 그리고 올해 1월 ‘노상’이 5억2000만 원.

이중섭의 작품과 비교해 보면 이 같은 경매가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올해 3월 한 경매에서 이중섭의 ‘아이들’이 3억1000만 원에 팔린 적이 있다. 이중섭 작품 가운데 최고의 경매가였지만 박수근의 작품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의 경매가는 국내에서보다 훨씬 더 높다.

2002년 3월 박수근의 ‘겨울’이 57만8000달러(약 5억7000만 원·최근 환율 환산 가격)에 팔렸다. 20만∼30만 달러(약 2억∼3억 원)의 예상가를 뒤엎은 낙찰가였다. 그리고 국내외를 통틀어 당시까지 한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가로선 가장 높은 것이었다.

이어 2003년 3월엔 ‘한일(閑日)’이 112만7500달러(약 11억2000만 원), 같은 해 9월엔 ‘장터의 세 여인’이 73만5500달러(약 7억3000만 원)를 기록하더니 2004년 3월 ‘앉아 있는 아낙과 항아리’가 123만9500달러(약 12억4000만 원)에 낙찰돼 또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진실한 시선, 화면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 창의적인 노력일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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