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심규선]김종빈 vs 허준영

  • 입력 2005년 5월 5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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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검찰총장이 그제 “검찰은 경찰과 달리 그동안 약속을 지켰고, 경찰보다 많이 인내해 왔다”며 경찰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약속’이란 검경(檢警)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열리는 동안은 ‘장외 공방’을 하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뜻한다. 그러나 허준영 경찰청장은 “우리(경찰)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먼저 (공격을) 시작한 것은 검찰”이라고 맞받았다.

▷검경의 수사권 갈등은 60년 세월에 걸친 일이라 누가 먼저 공격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경찰 쪽이 더 공세적이라면 수사권을 나눠 가지려는 입장에 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소금과 같다”는 송광수 검찰총장의 퇴임사에 허 청장은 “소금은 하나만 있으면 안 된다. 굵은 소금, 가는 소금, 맛소금도 있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경찰도 수사주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나 참고인의 투신자살 사실들을 빗대 “경찰이 한강다리를 지키다가 욕을 먹은 적이 있다”며 검찰의 ‘인권우월론’에 ‘소금’을 뿌린 것도 허 청장이다. 그는 권검책경(權檢責警·권한은 검찰이 갖고 책임은 경찰이 진다)이라는 말도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 ‘경찰이 권한도 갖고 책임도 지는’ 권경책경(權警責警)을 내걸었다.

▷두 조직 구성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격앙해서 긴급 회동을 한 평검사들은 김 총장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 너무 정치권 눈치만 본다는 지적이다. 경찰관들은 허 청장의 말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경찰 전문 포털사이트인 ‘폴네띠앙’에는 허 청장이 갑옷을 입고 ‘수사권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으로 패러디돼 있다.

▷검경 양측을 대등한 수사주체로 인정할 것인지,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는 사건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가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이다. 그렇다고 ‘김종빈 대(對) 허준영’의 입씨름으로 이 문제를 결판낼 수는 없을 것이다.

심규선 논설위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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