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의 수사권 갈등은 60년 세월에 걸친 일이라 누가 먼저 공격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경찰 쪽이 더 공세적이라면 수사권을 나눠 가지려는 입장에 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소금과 같다”는 송광수 검찰총장의 퇴임사에 허 청장은 “소금은 하나만 있으면 안 된다. 굵은 소금, 가는 소금, 맛소금도 있어야 한다”고 맞받았다. 경찰도 수사주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나 참고인의 투신자살 사실들을 빗대 “경찰이 한강다리를 지키다가 욕을 먹은 적이 있다”며 검찰의 ‘인권우월론’에 ‘소금’을 뿌린 것도 허 청장이다. 그는 권검책경(權檢責警·권한은 검찰이 갖고 책임은 경찰이 진다)이라는 말도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 ‘경찰이 권한도 갖고 책임도 지는’ 권경책경(權警責警)을 내걸었다.
▷두 조직 구성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격앙해서 긴급 회동을 한 평검사들은 김 총장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 너무 정치권 눈치만 본다는 지적이다. 경찰관들은 허 청장의 말에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경찰 전문 포털사이트인 ‘폴네띠앙’에는 허 청장이 갑옷을 입고 ‘수사권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으로 패러디돼 있다.
▷검경 양측을 대등한 수사주체로 인정할 것인지,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는 사건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가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이다. 그렇다고 ‘김종빈 대(對) 허준영’의 입씨름으로 이 문제를 결판낼 수는 없을 것이다.
심규선 논설위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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