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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유홍림]교육의 목적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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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유홍림]교육의 목적이 흔들리고 있다

입력 2005-05-05 18:13수정 2009-10-0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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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살우(矯角殺牛), 본말(本末)의 뒤바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교육의 목적을 망각한 채 학벌주의를 없애기 위해 대입제도 개편에 매달리는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학벌의 폐해는 과거 입시제도의 유산이 아니라 교육 과정의 실패와 사회의 비합리적 습속이 결합한 결과다. 문제의 뿌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중고교 교육은 고등교육 및 사회활동에 필요한 기초지식의 습득, 잠재력 개발, 심신 수련, 그리고 장래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 당국과 교사는 목적에 맞도록 교과 과정을 편성하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경쟁을 유도한다. 사실 시험과 수행평가는 학생의 능력을 재는 객관적 척도라기보다는 능력 개발을 자극하는 교육적 수단에 불과하다.

경쟁에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경쟁과 승패를 가르는 제로섬(zero-sum) 경쟁이 있다. 일견 경쟁의 다양한 형태들이 모두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 과정에서의 경쟁’은 ‘입시 경쟁’과 성격이 다르다. 배움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덕과 능력을 북돋우기 위해 경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은 우애와 함께 건전한 시민정신을 기르는 방편이기도 하다.

▼본말 뒤바뀐 내신위주 대입제도▼

이에 비해 입시 경쟁은 제로섬 경쟁으로서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대학 선택의 자유와 학생 선발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 변별력 있는 평가는 필요하다.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학교생활부, 내신, 논술 및 면접 어느 것도 학생의 총체적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는 절대기준은 아니다. 대학은 자기 대학의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자료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시한 ‘내신 위주의 대입제도’는 본말이 뒤바뀐 예다. ‘학교 교육 정상화’가 명분인가? 진정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제로섬의 경쟁논리를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면 안 된다. 대입경쟁 과열의 부정적 결과 때문에 교육 차원의 경쟁을 대입 경쟁과 연계하는 것은 잘못이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온전한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학생 개인과 학부모는 대입 경쟁의 현실을 저버릴 수 없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훌륭한 교사 양성과 학업의 내실화 등 교실을 살리기 위한 장기적 방안을 어렵더라도 모색해야 한다.

진정한 창의력과 사회성은 지적(知的) 호기심을 일깨우는 스승과의 대화, 동료 간의 선의의 경쟁과 우애를 통해 길러진다. 편리한 대로 대입 경쟁의 틀 속에서 내신과 수행평가의 권한을 확보하는 식으로 학교의 위신과 교권을 세우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성적 스트레스 속에 자살한 친구 소식을 듣는 학생들의 절망감, 대입에 직결되는 등급화를 자신의 능력 개발과 연결할 수 없는 학생들의 당혹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 우리 교육은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기에 ‘인성교육’을 통해 ‘필요 없는 경쟁’을 막겠다는 교육당국자의 발상이 우려스럽다. 제로섬 경쟁에서는 ‘인성’이 길러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학생들은 평상시 학교 수업을 잘 듣고 시험을 잘 보는 것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고 말하는 교육당국자는 ‘교육의 목적 실현을 위한 경쟁’과 ‘입시 경쟁’의 상이한 성격과 효과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술 더 떠서 내신 성적에서 모든 과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희망하는 대학을 정한 후 ‘맞춤식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예컨대 의대 지망생은 도덕과 역사 공부를 포기해도 된다는 말인가.

▼학교에 대한 신뢰회복 시급▼

‘시민교육’의 내용과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시민교육은 단순히 리더십과 봉사활동의 평가항목으로 처리될 일이 아니다. 질서의식과 존경심은 스승과의 만남에서 우러나며, 민주시민의 자치능력은 친구들과의 우애와 자치활동 속에서 자라난다. 학교에 대한 신뢰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의 바탕이며, 경쟁을 통한 능력 증진의 경험은 건전한 시장경제의 기초다. 우리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의 각 영역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한국 사회를 지탱해 갈 사람들이다.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며 정의와 질서의식을 함께 나눌 때 한국 사회의 모습은 현재와 달라질 것이다.

유홍림 객원 논설위원·서울대 교수·정치학 hongl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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