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100주년 기념 세계대학총장포럼

  • 입력 2005년 5월 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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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케 가즈오 일본 교토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 쉬즈훙 중국 베이징대 총장(왼쪽부터)이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 앞서 따로 만나 ‘동북아시아 대학의 미래’란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박영대 기자
오이케 가즈오 일본 교토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 쉬즈훙 중국 베이징대 총장(왼쪽부터)이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 앞서 따로 만나 ‘동북아시아 대학의 미래’란 주제를 놓고 토론했다. 박영대 기자
《고려대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인 ‘세계 대학총장 포럼’이 개최된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4일 오후 1시의 본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11시 반경 이 호텔 2층 중식당에서는 뜻 깊은 만남이 있었다. 바로 동북아시아 3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고려대, 중국의 베이징(北京)대, 일본의 교토(京都)대 총장 3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 이들은 ‘동북아시아 대학의 미래’란 대 주제를 놓고 고민을 나누고 공감대를 확인했다. 총장들의 격의 없는 토론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오이케 가즈오 총장=먼저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동아일보 측에 감사한다.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모이기란 쉽지 않다. 우선 문을 연다는 의미에서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논의해 보자. 대학은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과 함께 문화를 수호하고 발전시키고, 세계 인류의 행복에 공헌해야 한다. 교토대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해답을 찾으려 하는데, 예를 들어 대학병원은 연구를 통해 개발한 첨단의료기술로 지역에 공헌할 수 있다.

▽어윤대 총장=중요한 지적이다. 대학은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 한국의 대학은 민주화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대학과 사회, 국가 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할 시기이다. 미래를 대비하고, 선진경제를 건설하는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쉬즈훙 총장=정리하자면 첫째는 수준 높은 창조적 인재 양성, 둘째는 학술연구를 통해 지식과 사상 배출, 셋째는 사회 각 분야와의 견고한 네트워크 구축이며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대에 맞는 민족의 우수한 문화와 세계의 선진문명을 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 총장=대학의 명운은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 21세기를 맞아 국제화가 일반적인 담론이 된 지금 국제적 리더의 양성이 중요하다. 대학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리더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요청을 수용해 전문교육과 교양교육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오이케 총장=전적으로 찬성이다. 문화 계승, 과학기술 발전, 국제사회 공헌 등이 미래의 인재상이며 이는 전적으로 대학의 몫이다. 교토대는 현재 대학 석사과정 2년 중 무조건 1년은 유엔 같은 세계기구나 개발도상국에 가서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

▽쉬 총장=연구하는 대학으로서 창조적인 정신과 실제 업무능력을 갖춘 고급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앞으로 대학이 넓은 안목과 탄탄한 학문적 실력을 갖춘 학생을 양성하지 못하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다.

▽어 총장=공감한다. 이는 대학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것인데 사실 이 얘길 하자면 대학의 순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웃음). 세계 공통적인 대학의 척도는 교수 1인당 학생 수, 교수들의 논문 수, 외국학생의 유입 수준 등인데 이를 바탕으로 질 높은 교육과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얼마나 많이 공급하는가가 중요하다. 고려대가 ‘글로벌 고대(Global KU)’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이케 총장=현재의 대학 평가는 너무 서구적인 기준에 매몰돼 있다. 이제는 우리 동북아 대학들이 우리의 기준에 맞는 척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서로의 연계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기를 때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최근 한국과 중국 대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는데 서로 도와가며 전체 대학 레벨을 함께 향상시켜 나갈 때이다.

▽쉬 총장=우수한 대학은 지역에서 우수한 재원의 학생을 확보하고 세계적으로 훌륭한 교수를 끌어들여야 하며 이를 통해 국가에 공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징대는 좋은 교수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웃음).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동북아시아 3국의 대학은 서구 대학과는 차별성을 지녀야 한다. 서구의 교육시스템이 가진 장점을 받아들이되 자국의 문화적 전통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대학은 고민해야 한다.

▽오이케 총장=지금 유럽이나 미국의 전통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지질학적 용어를 빌려 설명하자면 서구가 안정된 대륙이라면 동북아시아는 변동대(變動帶)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대학의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관점이다. 동북아시아 대학이 21세기의 리더로서 역할을 담당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어 총장=동북아시아가 다이내믹한 역동성을 가졌다는 데 공감한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미래의 불확실성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와 가치관을 갖춰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역동성을 동북아시아가 가진 전통에 바탕을 두고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면성과 겸손함을 지닌 전통적 유교적 가치 위에 이런 역동성을 더해야 한다. 이를 3국의 대학이 조화로운 균형감을 가지고 인재를 길러낸다면 21세기 리더로 동북아시아 대학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

▽오이케 총장=그런 의미에서 최근 3국의 역사인식을 두고 벌어진 논란을 주목해야 한다. 대학은 우리의 불행한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연구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국민도 타국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3국의 대학이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자의 연대를 통해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쉬 총장=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중국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많은 나라가 피해를 보았지만 따지고 보면 일본 국민 역시 피해자였다. 특히 최근 여러 가지 역사적인 문제로 각국에서 시위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문제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 제기들 역시 건강한 사회에서 논의가 되어야 하며, 이런 이슈에 앞장서는 젊은이들을 대학이 어떻게 가르쳐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유럽의 해결방식을 전범으로 삼아 미래지향적인 공동 평화와 번영을 도모할 시점이다. 대학은 이를 위한 교두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 총장=철저한 학문 연구, 3국 간의 지적 공동체 수립, 이를 위한 역사문제 해결이 키워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3국의 대학 사이에는 역사인식의 차이가 상호협력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3국의 학자들이 함께 모여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가을쯤 우리 3개 대학이 역사인식을 재조명하는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쉬 총장=좋은 제안이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오이케 총장=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참석자 명단

▽어윤대(魚允大) 고려대 총장

1945년생. 고려대 경영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

▽쉬즈훙(許智宏) 베이징대 총장

1942년생. 중국과학원 상하이

식물생리연구소 생물학 석사.

▽오이케 가즈오(尾池和夫) 교토대

총장

1940년생. 교토대 지질학 석사.

정리=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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