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극소 미숙아 5명 특별한 어린이날… 고된 치료 이겨내고 첫 돌

  • 입력 2005년 5월 4일 18시 43분


코멘트
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극소 미숙아들의 어린이날 맞이 축하잔치가 열렸다. 극소 미숙아는 태어날 때 체중이 1500g에 못 미치는 아기로 생존확률이 매우 낮다. 박영대 기자
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중강당에서 극소 미숙아들의 어린이날 맞이 축하잔치가 열렸다. 극소 미숙아는 태어날 때 체중이 1500g에 못 미치는 아기로 생존확률이 매우 낮다. 박영대 기자
“정말 기특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고된 치료 과정을 오랫동안 잘 따라준 이 아이들은 한마디로 ‘작은 전사(戰士)’들입니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중강당.

병원 소아과장의 축사와 함께 자기 아이들의 출생 당시 사진이 대형 슬라이드로 상영되자 참석한 부모들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출생 당시 1000g이 채 안 되는 초극소(超極小) 미숙아들의 어린이날맞이 축하잔치가 열렸다.

잔치의 주인공은 지난해 출생 당시 몸무게가 각각 439g, 531g으로 ‘엄지공주’라 불렸던 김희망·소망(1) 쌍둥이 자매와 김소윤·소예(2) 쌍둥이 자매, 이소원(1) 영아 등 5명. 이 중 희망·소망이, 소원이는 첫돌을 맞는 겹경사도 누렸다.

이제 모두 6∼10kg의 정상 체중으로 자라난 이 아이들은 잔치 내내 눈앞에 보이는 물건을 물어뜯고 ‘까르르’ 웃는 등 건강한 모습이었다.

미숙아는 일반적으로 임신 37주 미만의 조산아나 2500g 미만의 저체중아를 말한다. 이 중 1500g 미만은 극소 미숙아, 1000g 미만은 초극소 미숙아로 불린다.

특히 500g 미만의 경우 의료계에서도 생존한계로 보고 있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 지금까지 출생 시 500g 미만의 미숙아 중 생존자는 희망이를 포함해 국내에 모두 6명에 불과하다.

아이를 기르는 과정은 말 그대로 가시밭길이다.

이 아이들은 모두 인큐베이터에서 3, 4개월 지냈고 퇴원한 뒤에도 정기검사를 받으러 매달 한 번씩 병원을 찾았다. 입원비도 하루에 10만∼15만 원 수준으로 모두 2000만∼3000만 원이 들어갔다. ‘사람 구실’을 못할 것이라는 미숙아에 대한 주변의 편견도 이들이 감내해야 할 아픔.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미숙아들은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의지와 부모,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첫돌을 맞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희망·소망이의 아버지 김지혁(38) 씨는 “이곳에서 다시 옛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려 한다”며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그동안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미숙아의 부모들은 아이를 볼 때마다 맘이 아프다.

40주를 온전히 어머니 뱃속에서 보호해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지만 채 자라지 못한 신체 장기 때문에 폐렴 등의 질병에 쉽게 걸리는 모습을 볼 때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 씨는 “우유를 먹이다가 아이들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힘들어할 때 가장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숙아 부모들은 아이가 커가면서 발달 시기에 맞춰 정상아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할 때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것.

이 병원 신생아집중치료팀 박원순(朴元淳) 교수는 “이제 한국의 미숙아 치료 기술은 선진국을 능가하는 수준이고 올해부터 보험수가 적용기준이 바뀌어 부모들의 부담도 대폭 줄어들었다”며 “미숙아를 인격체로 대우하는 인식과 함께 각종 지원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