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高大소동 내 부덕의 소치 젊은사람 열정 이해한다”

  • 입력 2005년 5월 4일 18시 40분


코멘트
이건희(李健熙·사진) 삼성그룹 회장은 2일 고려대의 명예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발생한 일부 학생의 소동과 관련해 “학생들의 의사표현 방식이 다소 과격한 점이 있더라도 젊은 사람들의 열정으로 이해한다”며 “학생들도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좀 더 폭넓고 다양하게 사고해서 훌륭한 인재로 커 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번 일을 좀 더 큰 틀에서 대범하게 바라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삼성그룹 홍보책임자인 이순동(李淳東)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이 4일 전했다.

이 회장은 “20대의 청년기에 사회현실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진통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 후 어윤대(魚允大) 고려대 총장이 자신에게 사과편지를 보낸 데 대해 “오히려 나의 부덕의 소치 때문에 벌어진 일이어서 미안하다”며 “성의를 다해 행사를 준비해 준 어 총장과 교수 및 교직원, 교우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고려대가 이 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선의에서 시작된 것인데 물의가 빚어져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일로 고려대나 학생, 그리고 삼성 모두에 누가 안 되기를 바라며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따라 부총장 이하 보직교수 사퇴 결정으로까지 확대된 ‘고려대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회장은 학위 수여식이 있던 2일 일부 참모들이 학생들의 돌발 시위사태를 우려해 행사참석을 만류하자 “학계와 언론계의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놓고 정작 내가 참석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면서 참석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학생들의 시위 가능성에 대해 보고받고 계란 투척이나 밀가루 세례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양복을 2벌 더 준비하는 등 대비를 했다고 삼성 관계자들이 전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