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지방대 교수들 장학금 모금 잇따라

  • 입력 2005년 5월 4일 0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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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교내 벤처기업 직원과 함께한 경일대 조명희 교수(앞줄 가운데). 조 교수는 5년 동안 제자들을 위해 1억3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경산=이권효 기자
대학원생 교내 벤처기업 직원과 함께한 경일대 조명희 교수(앞줄 가운데). 조 교수는 5년 동안 제자들을 위해 1억3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경산=이권효 기자
“지방대 학생이라고 기죽지 말고 열심히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지방대 교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제자들에게 ‘작지만 풍성한’ 장학금을 내놓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북 경산시의 경일대 조명희(曺明姬·50·여·도시정보지적공학과) 교수는 3일 학교에 대학원생 5명의 등록금으로 1050만 원을 내놨다. 학교 안에 설립한 벤처기업의 수익금에 개인 돈을 보태 마련한 것. 조 교수가 이렇게 마련해 2000년부터 최근까지 대학원생을 위해 출연한 장학금은 모두 1억3000만 원에 이른다.

경북대와 일본 도카이(東海)대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관한 박사학위 2개를 취득한 그는 2003년 ‘GEO C&I’라는 교내 벤처기업을 설립해 현재 직원 30명의 회사로 키웠다.

매일 연구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조 교수는 “지방대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원생들의 연구 여건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한 명이라도 더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한의대 한의학 교수를 하다 최근 개업한 박창국(朴昌國·42) 씨도 이날 모교를 찾아 매년 1200만 원씩 장학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서부일(徐富一·38) 교수 등 이 대학 한의학 교수 2명은 월급에서 매달 10만∼20만 원씩을 떼 현재 600만 원을 장학기금으로 모았다.

충북 청주시 서원대 교수 90명은 수년째 매달 월급에서 1만∼5만 원을 떼 장학금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스승의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은 104명으로 금액으로는 8300만 원에 이른다.

경북대 교수 56명도 올해 들어 월급을 아껴 모은 9600만 원을 장학금으로 학교에 기탁했으며, 대구가톨릭대 법학 교수 12명은 2년 동안 조금씩 모은 1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놨다.

최근 대구시의사회의 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1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내놓은 영남대 의대 이관호(李寬浩·47) 교수 등 2명은 “수상은 대학의 연구시설과 학생들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상금을 장학기금에 보태는 것은 당연하다”며 겸손해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y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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