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5일 총선]3選도전 블레어 불패신화 예고

  • 입력 2005년 5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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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실시되는 영국 총선을 앞두고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과 야당인 보수당,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총리직과 하원 의석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노동당의 승리로 블레어 총리가 무난히 3선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블레어 총리의 기록 행진=3일 더 타임스와 ITV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42%의 지지율을 확보해 보수당 29%와 자민당 21%에 크게 앞서 있다.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 조사에서도 노동당은 39%의 지지율로 보수당 29%, 자민당 22%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이라면 노동당은 최소 96석 차이로 보수당을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 당수로는 최초로 3기 연임하게 된다.

이 제3기 임기를 무사히 마칠 경우 영국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인 마거릿 대처(보수당) 전 총리의 11년 반 재임기록까지 갈아 치우게 된다.

▽노동당의 인기 비결=노동당의 인기가 식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집권 8년간 꾸준히 경제 호황을 이뤄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동당은 집권 이후 좌파 이념을 바탕으로 우파 정책을 대거 수용하는 신노동당주의, 즉 ‘제3의 길’을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 뒤 영국 경제는 연평균 2.7%의 성장률을 이룩했으며 실업률은 4.7%로 29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여기에 노조와의 우호적인 관계 수립에도 성공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노동당이 우파정책을 대거 수용하자 정체성을 잃게 된 보수당과 자민당은 차별화를 의식한 나머지 현실성 없는 공약들을 남발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브라운 변수=앞으로 블레어 총리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총리직을 이양할지가 언론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최장수 재무장관인 브라운 장관은 공격적인 재정정책으로 경제호황을 이끌어 내면서 최근 블레어 총리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라크전쟁의 부당성 논란으로 지지도가 급락한 블레어 총리가 3기 임기 중반 브라운 장관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것을 시사하자 하락세가 곧바로 상승세로 반전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재선이 유력해진 뒤 블레어 총리는 임기를 모두 채우려는 속셈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가 임기 막판까지 권력 유지를 시도하겠지만 2, 3년 이내에 지도력을 급격히 상실하면서 브라운 장관에게 총리직을 이양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군소정당 이색 선거공약▼

“나체 사우나를 허용하겠다.” “하루를 32시간으로 만들겠다.”

5일 열리는 영국 총선 선거운동의 막바지에 군소정당들이 난립하면서 천태만상의 선거공약들을 내놓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일 보도했다.

아예 당명을 ‘다리 건설당’, ‘나체 사우나 보존당’이라고 지어 공약의 선명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정당도 있다.

‘개성과 이성적 사고 정당’의 앤디 커크우드 대표는 “토요일 밤에 소란을 피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을 느슨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1주일은 일하고, 1주일은 휴무를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신교감당’의 후보자는 “쌍방교류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모든 가정에 터치스크린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사람들이 구상한 제안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이에 찬성하면 곧바로 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공약을 설명했다.

‘괴물미치광이당’은 술집 영업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하루의 길이를 32시간으로 만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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