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100년]교육입국 100년서 글로벌 대학 100년으로

  • 입력 2005년 5월 3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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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입국(敎育立國).’

개화기와 대한제국 말에 신학문 소개와 국민 계몽을 통한 인재 양성에 앞장서온 사립대학들의 연륜이 세기(世紀)를 넘어서고 있다. 고려대가 5일, 동국대와 숙명여대가 2006년에 각각 100주년을 맞게 된 것이다.

사립대학들은 그동안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고 첨단 연구에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해 왔다.

100년을 맞는 이들의 과제는 세계적 대학으로의 도약이다. 글로벌시대에 국내 대학끼리 ‘우물 안 개구리’식 경쟁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국경과 국가에 상관없이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대학은 교수진의 연구 능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 명문 대학으로 발전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학교발전 전략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연구 역량 세계화=‘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3대 과학저널에 실린 논문 가운데 한국 과학자가 주도했거나 참여한 논문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11건. 이런 추세대로라면 지난 한 해 동안 발표된 19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996년에 2건, 1998년에 6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 발전을 한 셈이다.

기초과학기술 연구 분야의 양적, 질적인 연구 수준을 반영하는 과학기술논문색인(SCI)의 피인용 논문 수도 2003년 현재 세계 13위에 올랐다. 전년도 대비 피인용 증가율은 19.2%로 중국(23.2%), 이탈리아(19.5%)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

▽“세계로 가자”=국내 사립대학들이 근년 들어 보이고 있는 세계화 노력은 괄목할 만하다. 고려대는 ‘민족대학에서 글로벌 대학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위한 ‘글로벌 KU’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막걸리 대학’에서 ‘와인 대학’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하려는 노력도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

이 대학 이두희 대외협력처장은 “교내에 국제화위원회와 국제교류실, 국제교육원을 설치해 국제화 전략을 수립하는 등 국제화 리더를 양성하는 대학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100주년을 앞두고 4년 전인 2002년에 100주년 기념사업회를 발족시킨 동국대 역시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 재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전공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해 외국의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를 찾아 연수하는 ‘동국 해외탐방 장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숙명여대는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석사 및 박사과정 학생 500여 명을 중국에 보내 현지 대학에서 3박4일간 리더십과 관련한 무료 연수 기회를 줄 예정이다.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는 인재를 길러 내려는 사립대학들의 노력은 설립 100주년을 맞는 이들 대학 외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성균관대가 지난해 발표한 발전계획인 ‘비전 2010+’도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2010년까지 각종 연구 지표에서 세계 50위, 아시아 10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

2018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중앙대도 최근 대학교육의 국제화와 캠퍼스의 세계화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학교발전 전략인 ‘드래곤 2018’을 수립했다.

▽국제인을 길러라=대학들의 국제 교류 성과도 눈부시다. 교류 방식도 교환학생을 보내는 단순 교류에서 벗어나 서로 학점을 인정하고 학생 교류 기간도 최장 2년으로 연장하는 등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는 연세대는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연세’를 모토로 세계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통해 기독교적 지도자를 양성해 겨레와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석좌교수 50명 초빙, 한국학의 세계센터 등 핵심 역량의 연구 강화 ▽언더우드 인터내셔널 칼리지 출범 등 국제화 △연세자원봉사단 출범 등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등 3대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교수를 초빙하고 ‘연세글로벌주간’을 만드는 등 학생들을 세계인으로 길러내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해외 107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다. 교류 대상도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비롯해 중국 푸단(復旦)대, 네덜란드 라이덴대, 스웨덴 웁살라대 등 다양한 지역, 다양한 언어권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해외 44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은 고려대는 해외 교류대학에서 공부하는 재학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영국 런던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등 자매결연 대학에 고려대 학생 전용 기숙사를 건립했다.

한양대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上海)에 한양문화원을 설립해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006년부터는 중문과 학생들이 중국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주요 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특성화 전략=아시아, 중동, 남미, 유럽 등 55개국 144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있는 한국외국어대는 이들 대학의 학생을 유치해 국제 여름학기를 운영하고 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미주리대, 독일 함부르크대 등의 석학들이 직접 강의를 맡는다.

한의학이 강세인 경희대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한의학 분야에 관한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한의학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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