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화려한 탄생…초라한 죽음?

  • 입력 2005년 5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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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잘나가던 산업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디스크 한 장에 영화 한 편이 온전히 담겨 한때 ‘꿈의 저장 장치’로 불리던 DVD가 위기에 빠졌다. DVD 시장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용량이 일반 DVD보다 몇 배 큰 차세대 DVD 시장은 제대로 꽃 피지 못한 채 시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DVD의 죽음?

문서 파일을 저장해 주고받던 플로피 디스크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깨끗한 음질을 자랑하며 LP와 카세트테이프를 대체했던 CD도 죽을 쑤고 있다. 한때 연간 4000억 원이 넘던 국내 CD 시장은 MP3 음악파일에 밀려 1000억 원대로 급감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 매거진’은 최근 ‘DVD의 죽음’을 선언했다.

이 잡지는 “차세대 DVD가 등장하면 현재의 일반 DVD는 장례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차세대 DVD를 비롯한 모든 디스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세대 DVD 규격으로 ‘블루레이’ 방식을 주장하던 일본 소니가 최근 도시바 등이 포진한 ‘HD-DVD’ 진영과 협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일반 DVD보다 저장용량이 3∼5배 큰 ‘차세대 DVD’는 양 진영의 표준 경쟁이 치열해 아직 본격적으로 보급이 안 된 상태. ‘블루레이’는 용량이 더 크고, ‘HD-DVD’는 기존 DVD와 호환이 되는 장점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소니는 규격 경쟁을 벌이다 아예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더 빨리, 더 가볍게

DVD의 위기는 초고속인터넷의 속도 향상과 파일의 용량을 줄일 수 있는 압축기술 발달에서 비롯됐다.

현재 국내 인터넷업계가 보급하고 있는 100Mbps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용량이 4.2GB(기가바이트)인 DVD 1장 크기의 영화를 내려받는 데 이론상으론 5분이면 충분하다. 실제로는 15∼30분 걸리지만 대여점에 갔다 오는 것보다는 빠르다.

영화를 ‘디빅(DivX)’이라는 기술로 압축하면 600∼700MB가 되는데 이 정도 크기면 흔히 가정에서 쓰는 일반 인터넷으로 받아도 1시간이면 된다. 최근 국내 가전업계는 디빅 파일로 저장된 영화를 재생하는 플레이어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미국은 70Mbps의 속도를 내는 무선인터넷 사업인 와이맥스를 준비하고 있다.

○ 휘청거리는 DVD산업

DVD의 가격은 몇 년 새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2002년 1장에 2000원이던 공(空) DVD 디스크 1장의 가격은 올해 들어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DVD타이틀과 DVD플레이어 시장도 당초 기대와 달리 성장 속도가 더디다.

공수열(孔壽烈) 스펙트럼DVD 이사는 “기존의 DVD도 잘 안 팔리는 마당에 차세대 DVD 기술을 이용한 타이틀을 만든다고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진용(金進龍) LG전자 디지털스토리지(DS) 연구소장은 “DVD 플레이어가 주춤거리지만 고화질 디지털 방송 녹화와 대용량 데이터 저장 등의 기능을 갖추면 다시 빛을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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