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재보선 승패…빨라진 黨 쇄신 행보

  • 입력 2005년 5월 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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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니다”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2일 서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4·30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한 질문에 문 의장은 “패장은 유구무언이다.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반성합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2일 서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4·30 재·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한 질문에 문 의장은 “패장은 유구무언이다. 통렬한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조타수인 문희상(文喜相) 당의장과 박근혜(朴槿惠) 대표. 4·30 재·보궐선거 결과로 두 사람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문 의장은 ‘통렬한 자기반성’을, 박 대표는 ‘민생의 바다로’를 재·보선 이후의 화두로 던졌다. 처지는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누가 2007년 대선 승리의 초석을 쌓느냐다. 두 사람의 발걸음은 이미 대선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우리당 “友軍 끌어안겠다”

“총체적 국정 운영의 실패요, 당의장인 본인의 대중성이 떨어졌고, 전략도 실패했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2일 서울 관훈클럽(총무 박정찬) 초청 토론회에서 4·30 재·보선 결과에 대해 “패장은 유구무언이다. 전혀 할 말이 없다”면서도 이같이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6일 버스투어를 통해 패배한 6개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을 돌며 사죄한 뒤 당 혁신 방안을 밤새 토론하겠다”고 수습 대책을 밝혔다.

그는 이날 민주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몇 가지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을 실질적으로 거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출생이 같고 대통령을 함께 만든 당이 아닌가”라며 합당의 당위성을 강조한 뒤 “그러나 가능성은 가장 높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호남에서 연승한 민주당이 당분간 ‘독자 행보’를 계속할 가능성이 큼을 암시한 대목이었다.

또 그는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사안별로 연대할 수 있고, 때로는 한나라당과도 정책 연대가 될 수도 있다”며 “합당이든 정책 연대든 문호가 닫혀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다른 야당과의 ‘정책 연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이날 문 의장의 합당론 언급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대하는 태도는 거의 스토커 수준”이라고 폄훼했다.

한편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등 차기 주자들의 ‘당 조기복귀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내가 대중성이 부족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같은 이유에서 스타플레이어를 업어오자는 것은 반대”라며 “임기를 꼭 채우겠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나는 대권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개헌론에 대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다 논의하자. 다만 논의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하면 된다”고 종전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선거 결과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심경과 관련해 그는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없지만 무척 서운할 것이다”고 전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한나라 “기세 끌고 가겠다”

“축하합니다”
4·30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이끌어 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 도중 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5명과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제 기자

“앞으로 파워 워킹(power walking)을 할 것이다.”

4·30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끌며 한나라당의 ‘잔다르크’임을 재확인한 박근혜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전여옥 대변인은 2일 이렇게 전망했다. “자력으로 여당의 과반수 회복을 저지한 만큼 확실히 자신감을 얻었다. 대중적 인기가 거품일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도 날렸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표는 재·보선 뒤 첫 공식 일정인 2일 오전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선거 결과에 우리가 자만해서는 안 된다. 지난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범했던 실수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선언으로 비칠 수 있는 말이다.

‘한나라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열린우리당의 참패’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이지만, 그렇다고 선거 결과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후 대구에서 열린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출범식에 참석해 지역 인사들에게서 재·보선 승리 축하 인사를 받은 박 대표는 상경 길에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선거 현장을 오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 현장에서 당원과 후보들이 피를 말리고, 엄청난 노력과 고생을 해서 얻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홈페이지 접속자 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네티즌이 한나라당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젊은 층 공략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당 디지털위원장인 김희정(金姬廷) 의원은 2일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주요 정당 홈페이지 중 만년 꼴찌였던 방문자 수가 지난달 말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인터넷 랭킹사이트 ‘피안’의 방문자 수 조사 순위에 따르면 한나라당 홈페이지(www.hannara.or.kr) 페이지뷰는 하루 8만8240회로 열린우리당(4만7754회)을 제쳤다. 정당 분야 점유율도 53%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정당 분야 점유율은 홈페이지 전면개편이 이뤄지기 전인 4월 중순만 해도 20% 초반 수준이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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