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스승의 날’ 이런 선물 어때요… 비싼선물 역효과

  • 입력 2005년 5월 2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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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선물이지만 스승의 날마다 아이가 선생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을 표현하도록 가르치고 싶어 꼭 아이와 함께 선물을 골라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김혜임(37·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씨는 스승의 날이 가까워지면 아이의 손을 잡고 백화점을 찾는다.

김 씨는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평소 소홀했던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과 존경의 마음을 담은 짧은 편지를 초콜릿 등 작은 선물과 함께 아이 편에 보낸다”며 “아이도 편지를 함께 쓰며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은 스승의 날. 1년에 하루 정도 선생님의 노고를 생각하고 교사들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보는 날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학부모, 교사, 학생, 학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날’로 변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스승의 날을 정답게 보낼 수 있을까?

▽비싼 선물은 오히려 부담스러워요=요즘 인터넷 사이트 질문 게시판을 돌아보면 “스승의 날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적당한 선물 추천해 주세요” “선물 꼭 해야 하나요” 등의 질문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하지만 현직 교사들은 한결같이 “비싼 선물은 받을 수도 없고 부담스럽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학부모는 반강제로 선물을 주고 나서 ‘그 선생 밝힌다’는 식으로 소문을 내곤 한다”며 “정말 선물을 할 필요가 없지만 꼭 해야 한다면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촌지 근절을 위해 수시로 일선 학교에 대한 암행 감찰을 통해 촌지나 고가 선물을 적발하고 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3만 원 미만의 작은 선물을 받는 것은 괜찮다”고 말했다.

▽생활 속의 작은 선물=경기 고양시 일산구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이모(38·여) 교사는 지금도 3년 전 스승의 날에 받은 머리핀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이 씨는 “머리가 길어서 머리핀을 좋아하는데 반 아이에게서 ‘선생님은 머리핀이 참 잘 어울려요’라는 편지와 함께 작은 머리핀을 선물 받았다”며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학생이 작은 부분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학부모 노지영(35·서울 강남구 일원동) 씨는 “스승의 날 선물은 꼭 한다”며 “항상 책 두 권을 사고 안에 ‘저희 개구쟁이 때문에 힘드시죠? 감사합니다’라고 써서 보내는데 선생님도 참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노 씨는 “선물을 할 때는 주변의 학부모를 통해 선생님의 취향을 알아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일산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 이모 씨(31·여)는 “반 학생들이 같이 볼 수 있는 학습만화 구독권이나 항상 교실에서 필요한 화장지나 티슈 등 소모품을 보내주시면 고맙게 사용한다”며 “특히 다른 모든 아이들과 함께 쓰라고 보내주시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6학년 딸을 둔 이경미(44·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아이와 같이 어설프게나마 조화를 만들어뒀다가 갖다 드렸는데 의외로 교실에 걸어두시고 좋아하셨다”며 “예쁜 상자에 초콜릿이나 목캔디, 선생님이 필요한 수첩, 볼펜 등 학용품을 채워 드려도 좋다”고 말했다.

촌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몇 년 전부터 촌지와 선물이 사라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중동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오히려 학부모와 학교가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둘째 아들이 중동고에 다닌다는 문일선(46·서울 강남구 일원동) 씨는 “평소에는 물론 스승의 날에도 촌지나 선물 부담이 없기 때문에 언제라도 부담 없이 선생님을 찾아가 아이 문제로 상담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장은숙 사무처장은 “스승의 날은 교사와 학생들이 신뢰와 애정을 찾는 날”이라며 “학부모들은 아이에게 자신의 옛 스승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스승의 날’ 미국에선…▼

미국에도 스승의 날(National Teacher Day)이 있다.

미국의 스승의 날은 5월 첫째 주 화요일로 해마다 그 날짜가 변한다. 하지만 전미학부모교사협의회(PTA)는 스승의 날이 포함된 주 전체를 ‘스승에 대한 감사 주간(Teacher Appreciation Week)’으로 삼아 존경을 표시하도록 권하고 있다.

스승의 날은 전국교육협회(NEA) 등 교육단체들의 제안으로 1980년 3월 7일로 정해졌다가 1985년부터 PTA의 권고에 따라 지금처럼 5월 첫째 주를 모두 축하하는 것으로 정착됐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은 한국처럼 개별적으로 담임선생님에게 선물이나 촌지를 보내는 일은 없다.

다만 해당 교육청은 스승의 날을 알리는 가정 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보내고 학부모는 원하는 경우 선생님을 지정해 소정의 기부금을 교육청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 물론 교육청은 선생님에게 어느 학생의 부모가 돈을 보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한국처럼 스승의 날에 초콜릿 등 작은 감사의 선물과 함께 학부모나 학생이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럴 경우 선물을 받은 선생님은 아이나 부모에게 꼭 답장을 보내준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결혼기념일 등 교사 개인에게 의미 있는 날에 학생들이 선생님을 위해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초중학교를 다닌 회사원 윤모(31) 씨는 “스승의 날엔 카드나 짧은 편지를 보내는 정도”라며 “생소한 스승의 날에 형식적으로 보내는 선물보다는 선생님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날을 기억했다가 학생들이 함께 작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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