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김정일 때리기' 의도 있나

  • 입력 2005년 5월 2일 16시 09분


코멘트
북한의 6월 핵실험 예정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때리기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일 "북한이 미 행정부와 핵 난국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문호를 닫아걸었다"면서 "(북미간) 가시 돋친 언쟁은 민감한 시기에 더욱 심각한 함축적 의미를 갖게 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CNN과 NBC TV의 1일 일요일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 "별로 건설적인 지도자가 아니다"라면서 "약속 준수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별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지도자가 아니며 세계를 편안하게 하는 사람도 아니다", "매우 잔인하다"는 말도 했다.

이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호칭 없이 '폭군' '위험한 사람' 등으로 몰아붙이며 강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부시 대통령을 '도덕적 미숙아' '인간추물' 등으로 부르며 맞대응했다.

북한이 6월 초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통보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다양한 대북 압박 구상들이 잇따라 보도되는 상황에서 북미간 비난전이 벌어지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6자회담의 다음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주 한국 중국 일본 순방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도 미국의 김 위원장 때리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로웰 재코피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지난 주 상원에서 "북한은 핵무기가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만큼 포기할 것 같지 않다"고 증언한 것도 관심을 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어떤 목표와 수순을 정해 놓고 상황을 끌고 가려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의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돌아가는 걸 보여주는 건 사실"이라면서 "6월까지 (현 상황이) 계속되면 좋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