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신문 폐지’ 檢-사개추 평행선

  • 입력 2005년 5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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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참석한 검사들이 회의가 시작되기 전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왼쪽). 회의에서 판사들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연합]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참석한 검사들이 회의가 시작되기 전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왼쪽). 회의에서 판사들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연합]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합동토론회에서는 검사의 법정에서의 피고인 신문제도 폐지 문제와 수사과정에서의 녹음·녹화에 대한 증거능력 부여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양측은 토론 결과를 평가하면서 ‘감정싸움’까지 벌였다.

▽피의자의 검찰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 문제=사개추위 측 토론자들은 피고인이 자신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을 기록한 조서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와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진술내용을 증언하면 이 증언을 증거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토론자들은 “검사가 한 달에 많으면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피의자나 피고인의 진술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해 법정에서 증언하느냐”고 맞섰다.

검찰은 또 “검사가 직접 조사하지 않고 수사관이 조사하는 경우도 있고 또 일부 간단한 사건은 경찰 조사만으로 결론을 낸다”며 “꼭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겠다면 수사관이나 경찰의 법정 증언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피고인의 범행 현장을 보았다”는 등의 참고인 진술조서의 경우 사개추위 측은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참고인 진술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제3자의 진술 등으로 진실이 밝혀지는 뇌물사건 등의 수사는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도), 사법방해죄나 허위진술죄 신설 등을 요구했으나 사개추위 측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다른 해석=사개추위와 검찰은 1일 토론회 결과를 설명하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우선 현재 첫 공판에서 이뤄지는 피고인 신문제도.

사개추위는 “증거조사 이후로 시점을 변경하자는 견해와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변호인만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견해로 나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 신문은 꼭 필요하다는 게 참석자 대부분의 의견이었다”고 주장했다.

녹음·녹화물의 증거 사용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참석자 대다수가 인권보호와 수사 과학화 차원에서 녹음·녹화물을 법정에서 증거로 써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개추위는 “녹음·녹화물은 조서의 대체 수단이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견해와, 변호인 참여 등 엄격한 기준을 지키면 증거로 낼 수 있게 하자는 견해가 있었다”고 소개해 대조를 이뤘다.

▽전망=검찰의 의견이 과연 사개추위가 마련할 형소법 개정안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토론회에 참석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의견을 충분히 제기하고 호응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앞으로 법률안 성안 작업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개추위 관계자는 “원래 계획했던 대로 이달 9일 차관급 실무위원회와 16일 장관급 전체회의를 거쳐 6월쯤 형소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마련된 형소법 개정안 초안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주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사개추위 김선수(金善洙) 추진단장은 “토론회에서 개진된 의견을 (개정안에)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 주요 쟁점
쟁점 사개추위 안 검찰 주장
공판 때 검사의 피고인 신문 -폐지해야 -피고인이 신청할 때만 변호인, 검찰 순서로 신문 -현행대로 유지해야 -진실 발견 위해 반드시 필요
피의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할 경우) -검사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서 피의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내용을 말하도록 한 뒤 그것(검사의 법정 진술)을 증거로 사용 -검사가 모든 진술을 다 조사할 수 없으므로 참여 수사관이나 경찰도 검사와 마찬가지로 법정에 출석해 사건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증언할 수 있도록 해야
참고인 진술조서 -피의자(피고인)가 법정에서 참고인 진술조서 내용 부인하면 어떤 경우에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증거로 사용 못하면 뇌물죄 등 수사 불가능 -수사기관에서의 허위 진술에 대한 사법방해죄 등 신설해야
수사과정에서의 녹음·녹화 -편집 등의 우려 있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돼 -증거로서 인정해야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검·경 수사권 조정 오늘 마지막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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