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들만의 정치’의 苦杯와 '박수없는' 祝杯

  • 입력 2005년 5월 1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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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재·보선이 열린우리당 참패, 한나라당 압승으로 끝났다. ‘큰 선거’가 아닌 ‘잔 선거’라 할지라도 표심(票心)을 물었고 민의(民意)가 답한 결과다. ‘부분 선거’라 할지라도 여당이 이렇게 완패한 전례는 없다.

열린우리당은 후보를 낸 국회의원 6곳, 기초자치단체장 5곳, 광역의회 5곳 중에 단 한 곳도 이기지 못한 ‘0 대 16’의 전패(全敗)에 소소한 변명을 할 계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애쓰기는커녕 나라를 불안하고 피폐하게 만든 ‘당신들만의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경고(警告)를 읽어야 한다.

여당은 행정도시 건설을 앞세워 ‘새로운 텃밭’이라 장담했던 충남 아산과 공주-연기에서, 수도권 민의(民意)의 축소판 격인 경기 성남 중원에서, 지역주의 극복 여부가 걸려 있던 경북 영천에서 다 졌다. 여당이 내세운 어떤 정치적 명분도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이다. 여당에 국회 과반의석을 몰아준 지난해 총선 결과가 대통령 탄핵정국의 ‘거품’이었음이 재확인됐다. 열린우리당은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했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진정한 민생정치, 안보와 경제의 불안을 씻어내는 국익(國益)정치로 전환하지 않는 한 이반된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은 축배를 들 만한가.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실책 덕분”이라는 당내 일부의 진단이 옳다. 경남 김해갑은 예견됐던 ‘텃밭’의 승리다. 경북 영천도 박근혜 대표가 6일이나 머물며 읍소해서 따낸 1200여 표차의 신승(辛勝)이다. 수도권 두 곳과 충남 아산은 여당의 공천 잡음과 혼선으로 인한 어부지리(漁父之利)에 가깝다.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의 업적과 정책을 보고 밀어준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대안(代案)정당, 수권(受權)정당의 자생력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아직은 ‘그들만의 축배’에 불과하다. 이 선거에 만족하면 ‘잔 선거’에서 연승하고 대통령선거에서 연패(連敗)하는 뼈저린 역사를 끝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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