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3년 네스湖 괴물 첫 보도

  • 입력 2005년 5월 1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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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5월 2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신문 ‘인버네스 쿠리어’는 “관광객이 네스호(湖)에서 거대한 생물체를 목격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이 생물체를 ‘몬스터(괴물)’라고 표현했다. 전설 속의 괴물이 근대로 걸어 나오는 순간이었다.

과학의 세기인 20세기에 괴물이라니….

기사는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런던의 신문들은 기자들을 현장에 급파했고 괴물에는 막대한 현상금이 걸렸다. 세계의 눈이 온통 스코틀랜드 북부의 차가운 호수에 쏠렸다.

이듬해 괴물의 모습이 공개되자 흥분은 극에 달했다. 의사였던 로버트 윌슨은 목이 긴 거대한 생물체가 유유히 헤엄치는 사진을 제시했다.

과학계는 사진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어류가 아니라면 숨을 쉬기 위해 수면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데 목격자 수가 너무 적다, 네스호는 빙하시대에 얼어붙었다, 한 종(種)이 수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500마리는 있어야 한다….

소동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논리가 동원됐다.

‘고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조르주 퀴비에(1769∼1832)는 1812년 “새로운 동물을 발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은 다소 성급하고 자만이 섞인 것이었다.

선언 이후 실러캔스를 비롯해 수천 종류의 동물이 새로 발견됐다. 과학계는 겸손해졌고 존재하지만 알지 못하는 생물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1300만 종의 생물 가운데 인류가 존재를 아는 것은 불과 170만 종뿐이다.

어쨌든 네스호에 괴물은 있는가, 없는가.

1934년 공개된 사진에 대해선 장난감 잠수함에 찰흙으로 공룡 머리를 만들어 붙여 찍었다는 고백이 나왔다. 2003년 영국 BBC ‘네스호의 괴물’ 제작팀은 음파탐지기와 인공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 같은 첨단 장비로 호수를 샅샅이 뒤진 끝에 “괴물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강력하고 거대한 포식동물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유전자에 깊숙이 새겨진 본능 같은 것. 이 두려움은 묘하게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스코틀랜드 북부의 차고 깊은 호수를 보려고 매년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괴물과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기대를 가슴에 품은 채….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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