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뭐기에… 4월 중간고사 기간 중고생 자살 잇따라

  • 입력 2005년 5월 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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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중고등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성적을 비관한 어린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모 아파트에서 S여고 2학년 한모(17) 양이 11층에서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한 양이 하루 전에 실시된 중간고사를 잘 치르지 못했다며 가족들에게 수차례 불안감을 털어놨으며 자신의 책상에 “시험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S고 3학년 김모(18) 군이 중간고사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의심받자 학교 건물 5층 화장실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또 같은 달 21일에는 지방 외국어고 2학년 박모(17) 양이 중간고사를 앞두고 성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목을 매 자살하는 등 성적에 대한 압박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중고교생의 자살이 4월에만 5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문제해결 방법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사회적 분위기를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 등이 최근 초중고교생 2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자살 동기로는 ‘성적 문제’(20%)가 1위를 차지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 교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의식 없이 무조건 성적과 등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성적 하락을 인생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학생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자살이 아닌 다른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교사와 부모가 평소에 꾸준히 지도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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