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돈의 힘’으로…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외교공작

  • 입력 2005년 5월 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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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외교 공작에 ‘다걸기(올인)’ 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해 경제협력을 무기 삼아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도 미국에서 대규모 국제회의를 개최해 지지에 미온적인 국가들의 설득에 나섰다. 또 한국과 중국의 안보리 진출 반대 배경에 관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역선전하는 데에 주력했다.

▽‘출정식’ 성황=지난달 29일 미국 뉴욕에서 일본 정부 주최로 열린 ‘유엔개혁회의’에는 165개국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국 모두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그룹 모임(한국 이탈리아 등 상임이사국 확대안에 반대하는 국가들이 주선한 모임) 참가국 119개국보다 훨씬 많자 일본 정부는 환성을 올렸다.

자신감을 갖게 된 일본은 유엔 개혁 결의안을 이르면 6월 유엔 총회에 제출할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16∼18일 각국 주재 대사 전원을 도쿄(東京)로 불러 모아 상임위 진출을 위한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의 후원=하워드 스토퍼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 공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유엔총회 비공개협의에서 “일본은 재정적 기여와 평화유지 활동을 통해 유엔에 열심히 참가해 왔다”면서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도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매체들은 이 같은 발언을 전하며 “미국이 유엔 총회에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흥분했다.

▽인도 파키스탄 방문=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29일 상임이사국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 문제에 상호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또 양국간 고위급 회담을 정례화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경제협력을 대폭 늘리는 데에도 합의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어 지난달 30일 파키스탄을 방문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164억 엔(약 1640억 원)의 차관 재개’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상임이사국 확대안에 반대해 온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진출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일본 언론매체들이 1일 전했다.

▽국제무대의 역사왜곡=방미 중인 마치무라 외상은 지난달 29일 뉴욕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초청연설에서 “과거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 국민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사실은 감춘 채 “신사 참배의 목적은 다시는 전쟁을 벌이지 말자는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고이즈미 총리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 청중의 질문에 답하며 “일본은 (역사를)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있으나 독일 정치지도자보다 훨씬 여러 번, 더 많이 사과했다”고 강변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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