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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서 CEO로 변신 5개월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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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서 CEO로 변신 5개월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사장

입력 2005-05-01 17:58수정 2009-10-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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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에서 신화가 됐던 김응룡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사장. 그는 올해 최고경영자(CEO)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요즘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다”는 김 사장은 “삼성 라이온즈를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해 야구 환경을 개선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권주훈 기자

그를 안 지 10년이 됐다. 하지만 넥타이 맨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매일 넥타이를 매야 하니 답답해 죽겠어”라며 멋쩍게 웃었다.

김응룡(金應龍·64)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사장. 그는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프로 스포츠단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야구계 신화로 자리매김한 ‘코끼리’(별명)의 CEO로의 변신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김 사장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삼성 구단사무실에서 만났다.

○ “아빠, 사장이 뭐하는 자리예요?”

2004년 11월 9일. 사장이 된 날이다. 김 사장은 구단통보를 받았을 때 처음엔 “못하겠다”고 사양했다.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평소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야구 감독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못할 게 뭐 있겠느냐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삼성그룹이 계열사 사장으로 스포츠인을 임명한 건 파격적인 일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문가에게 구단 운영을 맡겨 야구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보자는 그룹 고위층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철학은 인재(人才)를 중시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2000년 삼성이 계약기간 5년에 13억 원이라는 당시 감독 사상 최고의 대우로 스카우트한 인재였다. 사장 임명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 사장의 취임식엔 부산상고 6년 후배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축하 화분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족의 반응은 어땠을까. “딸들이 ‘아빠, 사장이 뭐하는 거야’라고 묻더라고. 그래서 ‘이 녀석들아, 사장이 사장이지 뭐긴 뭐야’라고 했지.”

○ 코끼리의 변신

김 사장은 CEO가 된 뒤 겉으로 달라진 것이 많다. 일단 자동차가 바뀌었다. 르노삼성 SM5에서 현대 에쿠스로 업그레이드됐다. 연봉도 올랐다. 본인은 “비밀”이라지만 감독(2억 원) 때보다 많은 3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골프도 자주 친다. 감독할 때는 1년에 골프 한번 치기도 힘들었지만 요즘은 1주일에 1, 2차례 필드에 나간다. 그 덕분에 90대 타수가 80대로 좋아졌다.

몸은 더 바빠졌다. 지난해 11월 사장이 된 뒤 5개월 동안 신문, 잡지, 방송 등 수십 군데에서 인터뷰를 해야 했다. 게다가 구청장, 기관장, 사단장 등 만나야 되는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그래도 마음만은 편하단다. “요샌 하루하루가 즐겁다. 허리띠 풀어놓고 팬티 하나 달랑 입고 자는 기분이랄까. 감독할 때는 매일 전쟁을 치러야 했다.”

‘무뚝뚝함’의 대명사였던 그는 요새 “부드러워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껄껄 웃었다.

○ 김응룡의 리더십

‘파리 목숨’인 감독 자리에서 그는 22년을 버텼다. 우승도 10번 했다. 조직을 이끄는 강한 리더십 없이는 절대로 될 수 없는 일이다. 감독으로서 우승 10회에 1463승을 거둔 그의 경영 성적은 최고였다. 올해 그의 리더십과 조직경영 전략을 다룬 ‘김응룡의 힘’이란 책까지 나왔다.

그의 리더십 철학은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한다는 점. 감독 시절 ‘천하의 홈런왕 이승엽’이라도 타격이 안 좋으면 중심타선에서 제외시키고 희생번트도 지시했다. 조직의 경영목표를 위해선 개인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지론이다.

현장도 중요시한다. 참모진엔 전권을 주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그는 “지금 사무실 사장은 나지만 운동장의 사장은 선동렬 감독”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적(敵)은 상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위에서 현장을 믿지 않고 사사건건 간섭하면 조직이 망가지게 돼 있다”고 했다.

○ CEO로서의 포부

CEO가 된 뒤 김 사장은 마음속으로 몇 가지 목표를 세워놨다고 했다.

첫째가 경영성과. 그는 “기업의 목표가 이익인 것처럼 야구단의 목표는 관중을 많이 유치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시즌 개막 후 삼성 라이온즈는 줄곧 선두권을 달리고 있으니 초기 경영성과는 아직까지 좋은 셈이다.

둘째가 인프라 구축. 수용인원 1만 명이 고작인 홈 연고지 대구에도 3만 명 규모의 메이저리그급 구장이 들어서도록 하고 싶단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 김 사장은 “한 달에 몇 십만 원 하는 회비 때문에 야구를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이 맘껏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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