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세계로] 해외제작 왜 해야 하나

  • 입력 2005년 4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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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국내 영화 관객 1억3200만 명,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 56%, 한국 영화 제작편수 82편…. 한국영화산업은 각종 지표로 볼 때 양적으로는 세계 10대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장의 질적 구조는 건강하지 않다. 국내 영화사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주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악화되는 수익률=영화투자사 아이엠픽쳐스가 지난해 발표한 ‘2004년 한국영화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은 2003년보다 22.5%포인트 증가한 7300만 명. 그러나 전체 투자수익은 오히려 전년 대비 32%포인트 줄어든 241억 원이었다. 영화당 평균 수익도 3억4000만 원으로 2003년에 비해 편당 2억2000만 원이 줄었다. 그나마 수익을 낸 영화는 개봉작 70편 중 25편(37%)에 불과했다.

이유는 최근 2, 3년 동안 제작비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흥행을 좌우하는 배우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뛰었고, 제작비 중 배급 및 광고(P&A) 비용이 급상승해 순제작비의 절반을 넘어섰다. 업계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관객 수 1000만 명을 기록한 몇몇 영화의 대박 신화 속에 국내 영화시장의 수익 구조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뿌리가 약한 영화제작사=지난해 문화관광부에 신고한 영화제작사는 전국에 1774개. 그러나 지난 5년간 매년 한 편 이상의 영화를 만든 제작사는 열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이 제작사들의 현금 동원력도 크게 떨어지다 보니 영화업과는 무관한 기업과 결합해 제작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명필름과 강제규 필름이 이종(異種) 기업인 공구회사와 주식교환에 의한 기업결합을 통해 ‘MK버팔로’가 된 것이 대표적 사례. 영화 한 편의 성공 여부에 제작사가 존폐의 기로에 놓일 정도인 것이 한국 영화제작사의 ‘체력’이다.

▽한류가 꺼지기 전에=2000년 이래 매년 증가해 온 한국 영화 해외 수출도 한류 열풍이 식으면 자연히 수그러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상품(한국 영화)’의 경쟁력 높이기도 중요하지만 해외에 ‘현지 재생산 시스템’을 갖춰 국내 시장의 한계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CJ엔터테인먼트 측의 인식이다.

반론도 따른다. 국내 시장이 포화라거나 해외 진출의 대의는 인정하지만, 해외 시장을 너무 장밋빛으로만 본다는 것. 국내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CJ엔터테인먼트가 주장하는 ‘크로스 컬처’ 전략 등으로 할리우드와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영화 한두 편이 나오기까지는 수백 편의 실패작이 있었다”며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시간을 오래 견뎌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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