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이 군 인사에 개입할 만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군은 국가안보를 책임진 고도로 전문화된 집단이다. 그중에서도 장군은 무기체계를 관리하고 69만 장병을 일사불란하게 통솔해야 하는 군조직의 핵심이다. 군 내부 인사가 아닌 민간인 중에서 이런 조직의 적재적소 인사를 판단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민간인의 인사개입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민간인을 참여시키겠다는 발상은, 그렇게 할 때 기존 진급심사절차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민간인이 추천해 진급한 장성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명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럴 경우 민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아니면 윤 장관 자신에게 돌아올지도 모를 인사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도로 이 같은 구상을 내놓은 것은 아닌가.
근본적인 문제는 취임 이래 동시다발적으로 군 문민화를 추진해온 윤 장관의 자세에 있다고 본다. 문민화는 군 안팎의 의견을 차분하게 수렴해 진행해도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런데 장관이 이처럼 서두르니 문민화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것이다. 이번 일만 해도 진급심사에 참여한 민간인이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관철시키려 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윤 장관은 ‘진급심사 문민화’ 발상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그동안의 장성 인사에 잡음이 있었다면, 군 조직의 특수성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와 관행을 투명하게 고치면 된다. 진급심사에의 민간인 참여는 군 지휘체계를 심각하게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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