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문 폐지땐 위증 판칠것”…구태언검사 대국민 편지

  • 입력 2005년 4월 2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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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도 기록 위주의 재판 시스템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범죄자가 떳떳하고, 피해자가 죄인처럼 추궁을 당하는 쪽으로 사법절차가 바뀌려 한다면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지적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띄웁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구태언(具泰彦·사법시험 34회) 검사가 29일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추진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호소하는 대국민 편지를 띄워 눈길을 끌었다.

구 검사는 “성폭력 사건과 뇌물 사건은 피해자와 돈을 준 사람의 진술이 증거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람의 기억이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기 마련이어서 구체적인 상황을 요구하는 사건에 대해 똑같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구 검사는 “검사가 피고인 신문을 통해서 피고인이 거짓말을 할 경우 당황하는 모습이나 수사 과정에서 일부러 추궁하지 않은 사실을 꺼내 추궁할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며 “그런데 검사의 피고인 신문을 폐지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돈 많은 피고인이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피해자나 증인을 일방적으로 추궁해 무죄를 받아내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검사는 “검사로서 법정에 나가보면 피고인을 위한 위증을 많이 보게 된다”며 “그것은 친구를 위해, 회사를 위해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의로운 행위라고 여겨지는 우리나라의 문화 때문”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시민들이 참여하는 재판, 재판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이 직접 공방을 벌이는 미국식 형사사법제도가 현실과 토양이 다른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구 검사는 “검사가 재판에 회부한 형사사건의 유죄 선고율은 99%가 넘어왔고 이는 순금의 농도와 같다”며 “물론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완전히 없진 않겠지만 검찰이 그동안 억울한 사람을 위해, 특히 물증이 없는 사건에서 많이 노력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썼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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