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도시에 집마련 ‘별따기’

  • 입력 2005년 4월 2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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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의 초등학교 교사 켈리 그로브스 씨는 최근 도시 생활을 접었다. 겨울은 길고 여름에는 눅눅한 미니애폴리스의 날씨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수입으로는 도저히 집을 마련할 수 없어서다.

갈수록 높아만 가는 집값 때문에 대도시를 떠나는 사람은 켈리 씨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경찰관 소방관 교사 간호사 등 도시 직장인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찾아 대도시를 탈출하고 있다고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미국의 소규모 지방자치단체 연합인 미국 카운티 연합(NACo)은 애틀랜타 시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최저 연간소득 수준이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당 6만9600달러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애틀랜타 시 공무원들의 평균 연봉은 경찰관이 약 4만5000달러, 소방관은 약 3만2500달러, 교사는 약 4만 달러에 불과하다.

대도시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내 집 마련 가능 소득 수준과 비교해 경찰관 소방관 교사 등 직군의 평균 연봉이 시카고에서는 절반, 보스턴에서는 3분의 1 정도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직장인들의 도시 탈출에 따른 이직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카고는 매년 약 2000명의 교사를 충원하지만 이 중 3분의 1은 3년 내에 시카고를 떠나버린다.

문제는 이들 직군이 대도시일수록 수요가 많은 공공서비스 종사자들이라는 점. 경험 많고 유능한 경찰관과 교사 등의 도시 탈출로 치안 교육 의료 분야의 공백이 수시로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이들을 붙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 연방주택국은 경찰관들에게 시가의 절반 가격으로 주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시카고 교육청도 교사들에게 주택 구입 할부금을 대폭 인하해 주고 있다. 다만 시카고에서 5년 이상 더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의 지방공무원 임금이 15% 상승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집값은 46%나 올라 정부 보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

미국 주요 도시의 집값과 직장인의 임금 비교(단위:달러)

보스턴시카고애틀랜타미니애폴리스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연봉 수준11만44718만17716만96006만5957
평균연봉경찰관4만60004만30894만50005만1424
소방관4만30003만38303만25562만4626
초등학교 교사4만10003만87534만4만2469
평균 주택가격36만700026만249222만326621만1650
2004년 기준. 자료:미국 카운터 연합(NACo)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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