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운동권 ‘김우중 구하기’

  • 입력 2005년 4월 29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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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金宇中·사진)을 구하라.’

대우그룹에 취직했던 386 운동권 출신들이 김 전 회장의 구명(救命)에 나섰다.

1995년 당시 김 회장은 대우그룹 경영의 모토로 ‘세계경영’을 내세웠다. 김 회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서울대가 주축이 된 ‘386’ 운동권 출신 100여 명을 받아들여 ‘세계경영의 프런티어’로 내세웠다.

재계가 운동권 출신을 기피하던 시절 김 회장은 과감하게 이들을 그룹의 ‘새 피’로 받아들이는 역(逆)발상을 했다. 김 회장은 이들을 채용할 때 직접 개인 면접을 했고, 수시로 불러 집중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대부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을 비롯한 현장에서 뛰었고, ‘노동운동가’에서 ‘경영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은 해체됐고, 그룹 혁신을 주도하던 이들도 생계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이 대우 입사 10년을 맞아 다시 뭉쳤다. 프랑스와 베트남 등을 전전하며 도피생활 중인 김 전 회장을 구하기 위해서다.

1983년 교내시위 주동 혐의로 수감됐던 서울대 김윤(서양사학과 81학번·경영발전연구센터 대표),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이철우(법대 81학번·시스템엔지니어링 이사), 김영철(법대 83학번·노사관계 컨설턴트) 씨 등이 핵심이다.

이들은 다음 달 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김우중과 한국경제를 생각하는 대우인 모임’(가칭)의 발족식을 갖고, 김 전 회장의 귀환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키로 했다.

김윤 씨는 “대우그룹과 김 전 회장에 대해서는 우리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나이 70세인 노인을 이렇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엄혹했던 시절 자신들을 알아 준 김 전 회장에 대한 보은(報恩)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재계 인사 사면·복권의 고비가 될 8월경 판가름이 날 듯하다.

김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인터폴에 공개 수배된 상태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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