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94>火(화·불 화)

  • 입력 2005년 4월 28일 2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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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인류의 문명 생활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도구다. 火는 넘실거리며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그렸으며, ‘불’과 불에 의한 요리법, 강렬한 열과 빛, 火星(화성), 재앙, 나아가 식사를 함께 하는 군사 단위인 10명을 지칭한다.

먼저 불(꽃)을 직접 말하는 경우로, 炎(불탈 염)은 火가 둘 모여 불이 강하게 타오름을 그렸으며, 타오르는 불(炎)에 물(水·수)을 끼얹으면 그 기세가 줄어들어 淡(묽을 담)이, 言(말씀 언)을 더하면 이야기로 꽃 피우다는 談(말씀 담)이 된다. (염,혁)(불꽃 염)은 더욱 강하게 타오르는 불을, 炊(불 땔 취)는 입으로 불며(欠·흠) 불을 일으키는 모습을, 焚(사를 분)은 사냥이나 경작을 위해 숲(林·림)을 불태우는 모습을 그렸다.

또 灰(재 회)는 불(火)을 손(又·우)으로 잡은 모습인데, 이는 불이 꺼져 ‘재’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 『(멸망할 멸)은 滅의 원래 글자로 모든 불(火)이 꺼지는 시간대인 戌時(술시·오후 7∼9시)를 말했고, 이후 水를 더해 의미가 구체화됐다.

둘째, 불을 이용한 요리법으로, 炙(고기 구울 자)는 고기(肉·육)를 불에 굽는 모습이며, 然(그럴 연)도 개(犬·견) 고기(肉)를 불에 굽는 모습이었는데 ‘그렇다’는 뜻으로 가차되자 다시 燃(사를 연)으로 분화했다. 燮(불꽃 섭)은 손(又)으로 대통을 잡고 돌려가며 굽는 모습에서 ‘고루 익히다’의 뜻이 나왔다. 烹(삶을 팽)이나 熟(익을 숙), 煎(달일 전), 烝(찔 증), 煮(삶을 자) 등도 모두 불에 의한 요리법을 반영했다.

셋째, ‘열’과 ‘빛’을 말하는 경우로, 熱(더울 열)은 원래 사람이 횃불을 든 모습을, 煩(괴로워할 번)은 머리(頁·혈)에 열(火)이 난다는 뜻으로부터 가슴이 답답함과 煩悶(번민)을 그렸다.

넷째, 災(재앙 재)는 홍수(천·재)와 가뭄이나 화재(火)가 더해진 것으로, 불에 의한 ‘재앙’을 뜻한다.

하지만 烏(까마귀 오), 焉(어찌 언), 燕(제비 연), 熊(곰 웅), 無(없을 무) 등의 화는 새, 곰, 사람의 발이 잘못 변한 것들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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