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혁신위 “최고위원 9명 의결로 당론 결정하자”

  • 입력 2005년 4월 28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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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법 처리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간신히 봉합한 한나라당에 또 다른 분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洪準杓·사진)가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대신 의결제 집단지도체제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 지도체제는 최고위원 5명을 둔 집단지도체제지만 사실상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최고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단일성 지도체제. 이를 토론과 의결을 통해 주요 결정을 내리는 명실상부한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게 요지다. 그러나 당권파 쪽에서는 “박 대표 흔들기”라며 반발하고 나서 조기 전당대회론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내홍이 재연될 조짐이다.

▽“혼자 결정하면 안 된다”=홍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를 비롯한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해 놓고도 당이 최고 의사 결정을 위한 조직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며 “의결제 집단지도체제로 바꿔 지도부에 더욱 분명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혁신위는 현재 여성위원장 청년위원장 등 초선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상임운영위원회의를 폐지하고 9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위원회의를 부활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9명은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선출직 5명, 당연직 2명(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대표가 정하는 임명직 2명으로 구성된다. 또 일각에서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운영위원회의를 당원대표자회의와 통합해 전국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박 대표 흔들기냐”=그러나 혁신위의 방침에 대해 ‘의결을 통한 결정’을 당헌 당규에 명문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박 대표를 흔들겠다는 시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의결제 집단지도체제는 박 대표와 정치적으로 결별한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 소장파가 올해 초부터 도입을 주장해 왔다. 남 의원은 “지난해 말 4개 쟁점 법안 협상 과정 등에서 박 대표의 고집이 당론으로 이어지는 것에 허탈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드러내 놓고 박 대표를 흔들면 당에 이로울 게 뭐냐”며 “여권에 맞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가뜩이나 부족한 당력을 분산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당직자는 “박 대표는 손에 파스를 붙여 가며 4·30 재·보선에 다걸기(올인)하는데 지금 뭐하는 거냐”고 흥분했다.

혁신위는 이 같은 시각을 의식해 의결제 집단지도체제 도입 시기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재·보선 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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