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상기]검찰도 제도개선 주체가 돼야

  • 입력 2005년 4월 2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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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 끝난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안에 담긴 형사사법개혁에 관한 구체적 실천방안이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와 같이 국민이 사법 절차에서 배제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영미의 배심제도와 독일 등의 참심제도를 혼합한 형태의 형사재판을 도입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제도는 일부 사건에 대해 2007년부터 5년 동안 시험 실시한 다음에 구체적 안을 확정하여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의 조서중심 형사재판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공판중심주의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검찰이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배제하거나 공판정에서 피고인을 신문하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는 방안도 들어 있어 검찰이 극도의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기관의 권력화 안돼▼

27일 수도권 검사장회의가 소집된 것도 이러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은 현재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에 직면하여 수사권 조정을 위한 양자 간의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합의가 도출될 것 같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같이 검찰은 다방면에서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방안대로라면 기존의 수사 관행이나 공소 유지 방식으로는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검사에 대한 교육방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처럼 검찰도 제도가 허용하는 권한 이상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의 경우 검찰은 그동안 제도권력 이상의 권력기관으로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검찰 스스로 확장했다기보다는 정경 유착의 왜곡된 사회 현실, 국민 의식, 급격한 사회 변동에 기인한 바도 크다. 이러한 검찰의 모습이 관행으로 굳어져 수사기관이 권력기관화한 것이다.

관행주의는 잘못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더 설득력을 갖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을 봉쇄하고, 구태를 벗어던지는 것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거나 일반의 예측에서 벗어난다는 등의 이유로 제도개혁을 방해하는 이념으로 삼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에는 외부적 상황 변동으로 변화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만든다.

오히려 검찰도 이번 기회에 형사사법개혁의 대상에 머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기존의 관행과 법제도를 바꾸는 일에 앞장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법참여형 형사재판제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극히 일부 사건에 대한 실험적 실시인 만큼 일단 제도의 성공적 정착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판중심주의의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검사 작성의 피의자 신문 조서에 대한 증거 능력을 제한하려는 것도 자백 중심의 수사 관행에서 비롯된 바 크다. 이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동의가 있으면 증거 능력을 인정하거나 녹음이나 녹화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법정에서의 피고인 신문제도를 폐지하려는 것도 피고인의 방어권 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합리적 대안 마련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권 위축-박탈은 곤란▼

형사사법개혁안은 검찰권을 위축시키거나 권한을 박탈하려는 취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형사 절차에서 인권이 선진국 수준으로 보호받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 제도 개혁의 목적이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최상의 방안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논의 중인 여러 방안을 서두르지 않되 일정을 정하고 면밀한 설계를 통하여 법제화하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 시행해야 할 것이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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