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여중생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

  • 입력 2005년 4월 28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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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해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10여 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아버지를 살해해 충격을 주었던 여중생 A(15)양이 최근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차가운 교도소 바닥에 엎드려 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A양을 돌보고 있는 ‘가정폭력피해아동 A양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관계자들은 지난 27일 강릉교도소에서 A양을 면회했다.

면회를 다녀 온 공대위 관계자는 “한동안 침울하고 불안해했던 A양이 이젠 많이 안정돼 표정이 밝아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는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고 있다”며 “원래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라 어려움을 잘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A양이 공부를 시작하자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교과서와 참고서를 한 보따리 전달했다.

A양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으니 여기서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친구들과 교과진도를 맞추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공대위 관계자는 “A양은 사회와 주위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듯하게 자라겠다고 했다. 그만큼 착한 학생”이라며 “힘든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 같지 않고 어찌나 해맑던 지. 타고난 성품이 선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27일 변호사를 통해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했다.

A양은 아버지로부터 거의 매일 폭력에 시달렸으며, 4살 때는 아버지가 세탁기에 넣고 돌려 죽을 뻔하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에도 술에 취한 아버지가 중풍으로 거동을 못하는 할아버지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할머니에게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렸다. 그냥 두면 예전처럼 칼로 위협할 것 같아서 나일론 끈으로 양손을 묶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줄을 풀려고 몸부림치자 순간 넥타이로 뒤에서 목을 감아 당긴 것. 의식을 잃은 아버지는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현재 공대위는 정상참작을 해달라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사건이 해결된 이후 자립할 수 있도록 후원금도 모금한다.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은 공대위 사이트(www.hotline.or.kr/noViolence/)에 접속하면 된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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