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부산 갈매기 형제들’에 바란다

  • 입력 2005년 4월 27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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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이던 청와대 부대변인에 최인호 전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대변인이 임명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 부산 인맥의 청와대 입성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부산에서부터 길게는 십수 년이 넘도록 대통령을 보좌해 온 측근들의 청와대 포진이 끝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산갈매기 형제들’로 불리기도 한다는 데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 이호철 제도개선비서관, 정인화 기록관리비서관, 송인배 혁신추진팀 행정관에다, 청와대는 아니지만 국무총리실의 정윤재 민정2비서관 등이 그 핵심이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이들이 집권 후반기 국정의 풍향계(風向計)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으로서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안 되는 바 아니다. 문제는 이들 사이에서나, 이들과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나 동질성과 친화력이 지나치게 강해 국가의 주요 정책결정들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집단사고(group thinking)의 위험인데, 서로 잘 아는 데다 생각까지 같다 보면 논의 과정에서 직언과 상호견제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렵다. 이들 중 4명이 같은 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사석에선 모두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기에 걱정이 더 큰 것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오일 게이트’ 늑장보고 사건은 교훈이 될 만하다. 국정상황실장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코드가 같은 이광재, 박남춘, 천호선 씨로 이어지고 있기에 ‘서로 봐주기 위해서 보고를 고의로 지연, 누락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부산갈매기 그룹’에 바란다. 붕당(朋黨)을 지어 대통령의 눈을 가리기보다는 직언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의 말실수나 구설만 하더라도 직언 부재(不在)가 한 원인이 되고 있지 않는지 헤아려 봐야 한다. 코드를 내세우기보다는 공부를 더 해서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으로 승부하고, 이념과잉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다 폭 넓게 읽어야 한다. 측근들이 그런 자세를 가질 때 대통령도, 국정도, 나라도 바로 갈 수 있다. 진보성향의 인사들조차 이런 고언(苦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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