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타임지 선정 ‘…훌륭한책 6권’에 오른 작가 이창래씨

  • 입력 2005년 4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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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래 씨는 “첫 작품 ‘영원한 이방인’은 영국에서, 두 번째 작품 ‘제스처 라이프’는 프랑스에서, 이번 작품 ‘가족’은 독일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이창래 씨는 “첫 작품 ‘영원한 이방인’은 영국에서, 두 번째 작품 ‘제스처 라이프’는 프랑스에서, 이번 작품 ‘가족’은 독일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미국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2000년 뉴욕타임스)로 꼽히는 이창래(40) 씨가 자신의 세 번째 소설 ‘가족’의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서울을 찾았다. 미국에서 지난해 나온 이 소설에 대해 타임지는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 가운데 한 권으로 꼽기도 했다.

‘가족’의 영어 제목인 ‘Aloft’는 ‘높이’ ‘돛대 꼭대기에’ ‘천국에’ ‘죽게 되는’과 같은 뜻으로 옮겨질 수 있다. 이 제목은 소설 속에서 은퇴 후 경비행기 모는 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제리 베틀의 내면을 나타낼 수도 있고, 안온한 듯하지만 사실은 불안정한 미국 중산층 가족의 풍경을 빗댄 것일 수도 있다.

이 씨는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과 그 부근에서 살아왔다.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탈리아인 동네 근처에서 많이 자랐으며 아내도 이탈리아계”라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 베틀은 하늘에서 고요한 지상을 내려다보는 일을 홀로 즐겨왔지만 가족에 위기가 잇따라 발생하자 혼란에 빠진다. 딸 테레사는 병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서지만 임신한 몸이어서 치료를 거부하고, 아들 잭은 물려받은 가업을 위태롭게 한다. 양로원에 모신 아버지는 쓰러지고, 베틀이 아내와 사별한 뒤 사귄 여자친구 리타는 베틀의 이기심에 실망해 갈등이 이어진다.

이 씨의 소설은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속도와 변화를 갖췄으며 군더더기가 없다. 은유와 내면 묘사가 풍부하다. 이 씨는 “아버지가 정신과 의사였기 때문에 집에 정신분석학 책들이 많아 어릴 때부터 프로이트와 융에 빠져 들었다”며 “무엇이 그 사람을 현재의 그로 만들었는가에 늘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영원한 이방인’(원제 ‘Native speaker’·1995년), 두 번째 작품 ‘제스처 라이프’(1999년)를 펴낸 바 있다. 그는 “‘가족’까지 세 작품들이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는 물론이고) 핀란드어, 스웨덴어 등 거의 대부분의 유럽어와 중국어 일본어로도 옮겨졌다”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베틀의 아버지는 전쟁 후 세상을 일군 ‘위대한 세대’이며, 베틀은 그 뒤를 이은 풍족한 전후 베이비붐 세대”라며 “세계 곳곳에서 베틀과 같은 세대는 풍요한 삶 뒤에서 자기소외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씨는 현재 딸 둘, 부인과 함께 뉴저지에서 살고 있으며 2002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문예창작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뉴저지에 살고 있는 단 리, 프린스턴대 초빙교수로 와 있는 수전 최 같은 한국계 작가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으며 뉴욕의 숙희 김, 캘리포니아의 헨리 리와도 알고 지낸다”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전화를 교포들로부터 거의 매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과는 미국 뉴햄프셔 주의 명문 사립고교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동문이다. 그는 “‘다빈치 코드’는 읽어보고 있지만 미국 대중소설들은 TV처럼 생각돼 잘 읽히지 않더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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