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黑논쟁 美시끌’…저소득층 자녀 주류사회 편입 싸고

  • 입력 2005년 4월 2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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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선 흑인들, 특히 저학력·저소득층 자녀들의 주류사회 편입 문제를 둘러싼 흑인사회 내부의 논란이 뜨겁다. 다음 달 2일 출간되는 ‘빌 코스비가 옳은가?’라는 책 한 권 때문이다.》

이 책은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과 마이클 다이슨 교수가 코미디언 빌 코스비(68) 씨를 작심하고 비판한 책이다. 교육학 박사이자 자선사업가이기도 한 코스비 씨는 지난해 5월 전미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에서 “흑인 청소년을 둔 부모들이 달라져야 흑인사회에 장래가 있다”는 연설을 해 논쟁의 불을 지폈다.

흑인 청소년들이 엉터리 문법과 슬럼가 특유의 욕설로 가득 찬 영어를 계속 쓴다면 절대 주류사회에 들어갈 수 없으며, 부모들이 수백 달러짜리 운동화를 사들이는 자녀를 꾸짖지 않는다면 책임 있는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진보적 흑인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한 흑인 청중은 그의 연설에 기립박수로 공감을 표시했다.

흑인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그의 지적은 각종 행사장, 방송 인터뷰에서 이어졌다. 1980년대 중반 미국 TV 시트콤 역사상 최대의 성공을 기록한 ‘코스비 가족(The Cosby Show)’에서 그가 보여준 모범적 아버지상도 영향을 미쳤다. 뉴욕타임스는 급기야 지난해 10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빌 코스비가 흑인뿐 아니라 백인도 냉엄하게 꾸짖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다면 그를 대통령으로 뽑고 싶다”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다이슨 교수는 코스비씨의 주장을 ‘본말이 전도된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흑인들이 교육 및 의료의 기회를 제대로 못 갖고 하류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공허하다는 것이다. 다이슨 교수 자신도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성장했다.

논란의 끝은 알 수 없다. 미국 사회에선 워낙 해묵은 논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됐던 흑인 유권자의 상당수가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선 점을 지적하며 “흑인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와 달리 이번에는 다이슨 교수의 주장보다 ‘훌륭한 아버지’ 코스비의 질타가 더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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