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외국인 이주여성 국내정착 도와요”

  • 입력 2005년 4월 26일 18시 51분


코멘트
경북 포항의 여성단체인 포항여성회가 지역에 있는 외국인 이주여성들에게 무료로 한글을 가르치고 그룹별 상담 등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포항여성회는 지난달 29일 오전 포항시 송도동에 위치한 이 단체 교육실에서 처음으로 ‘이주여성을 위한 파랑새 한글교실’을 열고 외국인 여성 2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 등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생소한 환경 속에서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지역의 이주여성들이 좀더 빨리 국내생활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포항여성회 김희경(金熙京·여) 회장은 “현재 이주여성을 돕는 단체와 기관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포항에도 약 700명의 이주여성들이 있으나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의 프로그램이 전혀 없어 조금이라도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반부터 2시간 정도 열리는 한글교실에는 김 회장과 자원봉사자 등 6명이 강사로 나와 한글을 가르친 뒤 남편이나 시어머니와의 갈등, 불편사항 등에 대해 그룹별 상담을 하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

강사인 이호영(李昊暎·39·여) 씨는 “이주여성들이 숙제를 열심히 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소박한 행복을 느낀다”며 “또 존댓말과 공손한 표현법 등을 가르치면서 새삼 ‘한글의 품위’를 깨닫기도 한다”며 웃었다. 강사들은 포항여성회가 자체 제작한 교재를 활용해 인사법과 생활회화, 대중가요 등을 가르치며 되도록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교실에 참가 중인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20대로 베트남이나 필리핀 출신이 많은데 남편 등과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26일 한글교실에 참석한 필리핀 이주여성인 모나리자 파파(28) 씨는 “한국에 온지 5년이 돼 말은 어느 정도 하나 글쓰기는 못했는데 요즘 매일 일기를 쓰면서 배우고 있다”며 “빨리 글쓰기를 익혀 아이들(1남1녀)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여성회 측은 이주여성들의 추가 신청과 문의전화 등이 잇따르고 있지만 교육공간이 제한돼 있고 강사 수도 적어 참석인원을 더 늘릴 수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

포항여성회 김 회장은 “현재 교육실이 2곳 있으나 이주여성들은 모두 자녀를 데리고 오기 때문에 교육공간 등이 모자란 편”이라며 “포항시와 협의해 좀더 넓은 공간과 많은 강사들이 확보되면 참석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