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알 권리’ 빼앗는 反민주와 정치인 보호

  • 입력 2005년 4월 25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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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소환 사실 공개와 사진촬영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인권보호대책의 일부라고 한다. 그러나 이 조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언론이 국민을 대신해서 수사과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검찰은 발표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피의자 소환 공개 등에 대해) 원론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말 그대로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주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각종 비리나 의혹 사건에 연루되는 정치인 신상보호에 더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지 의심스럽다. 이번 ‘오일 게이트’를 예로 들면 어떤 권력 주변 인물을 소환하고 조사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피의사실 공표나 사진촬영 보도가 큰 테두리에서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은 본질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공익에 기여한다. 국민의 알 권리는 기본권이며, 이것이 침해받거나 제약되면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판단과 선택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 알 권리 침해는 반(反)민주로 직결된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권 들어 보도에 대한 규제가 갖가지 형태로 강화일로에 있다.

검찰은 또 오보(誤報)나 사진촬영 등 ‘취재 기준’ 위반이 있을 경우 해당 언론사의 현장 취재 자체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며, 법을 수호해야 할 기관이 일방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에 반하는 취재 제한 기준을 내놓고 따르라고 하니 이런 게 ‘민주 검찰’인가.

오보나 초상권 침해에 대해서는 언론 중재 절차와 민·형사상의 소송을 통해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오보 여부를 가리는 데만도 상당 시일이 소요될 텐데 수사기관이 오보라고 단정해 즉각 취재를 봉쇄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조치가 법리에 맞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평범한 시민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언론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할 정도로 취재하지도 않는다. 국민에게 다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과 정부 등의 고위 인물들이 주로 수사단계에서 문제가 된다. 이런 사람들의 신상보호가 국민 기본권인 ‘알 권리’와 민주주의 정신보다 우선한다면 이 나라는 아직도 ‘권력집단 공화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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