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진성]수행평가, 교사도 엄마도 멍든다

  • 입력 2005년 4월 25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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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선 학교들은 수행평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행평가의 장점은 학생들의 성취 결과뿐 아니라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절차나 전략에도 관심을 갖기 때문에 습득한 지식이나 기술을 적용하고 탐색하고 종합하는 과정을 통해 고등사고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수행평가는 결과보다 과정을, 암기보다 탐구를, 수동적인 학습 태도에서 능동적 학습 태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제도다. 문제는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수행평가는 교사의 채점의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으므로 그 평가 결과에 대해 학부형이나 학생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수행평가 결과의 활용 비중이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

▼여건 안돼 불신만 조장 우려▼

수행평가로 시행되는 논술 실험 실습 실기 토론 면접 보고서제출 등은 교사에게 많은 자율성이 부여될 수밖에 없고 관찰자, 시간, 수행 과제 등에 따라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평가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뢰도에도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수행평가는 정보전이 될 가능성도 높다. 교사 개개인을 연구하면 수행평가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 같은 차원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수행평가는 학생들 간의 협동학습을 강조하고 유도하지만, 같은 반 학생 전부가 경쟁자인 현 내신제도 아래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의 협동학습 능력이 회원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

교사 1인당 평가해야 하는 학생수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최고 28배나 많은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공통과학과 공통사회 영역에서 교사 1명이 평가해야 할 학생 수가 최고 704명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또 윤리 미술 음악 국사 공업 기술은 각각 325명, 국어 영어 수학은 각각 176명이다.

종래의 객관식 지필평가는 주로 기계가 처리해주었지만 수행평가는 기계가 대행해줄 수 없다. 그만큼 교사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수행평가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게도 과제 부담을 준다. 수행평가가 지니고 있는 특성상 학교에서는 과제물을 부과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제물이 결국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의 과제가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과외가 늘고 있으니 수행평가가 오히려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수행평가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수행평가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평가도구를 개발하는 등 여건 마련에 노력하고 교사들은 전문성 제고와 함께 학교를 신뢰하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수행평가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고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각 학교의 실정과 교사의 능력에 맞게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되, 현 단계에서는 예체능을 제외하고는 수행평가는 수행평가로 그치게 했으면 한다. 자칫하면 수행평가로 인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학교실정 맞춰 자율실시를▼

이를 통해 한창 불붙고 있는 ‘내신전쟁’의 불씨를 어느 정도 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내신 논술 수행평가로 촉발되고 있는 ‘다품종 대량 과외시대’의 도래에 대하여 우리는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 정책의 잘못된 판단도 문제지만 잘못 나아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대한 무감각한 대응이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진성 바른교육시민운동 대표·명지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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