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볼턴…과거사 속속 드러나 인준 불투명

  • 입력 2005년 4월 25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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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사진) 유엔주재 미국대사 내정자가 1980년대 초 국제개발처(USAID) 법률고문으로 근무할 때 개발도상국가의 유아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아용 우유 제조법의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그의 지시를 거부한 부하 여직원에게 해고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보스턴글로브가 24일 보도했다.

유타 주에 거주하는 린 피니라는 여성이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보낸 편지에 따르면 볼턴 내정자는 개도국에서의 유아용 우유 제조법과 관련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투표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하도록 설득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

피니 씨는 볼턴 내정자의 지시를 거부했다. 개도국에서는 분유를 오염된 물과 섞거나 일정량의 분유를 더 오래 먹이기 위해 기준보다 훨씬 더 희석시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볼턴 내정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나에게 직접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거나 “네슬레는 매우 중요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 피니 씨의 주장.

이와 관련해 피니 씨가 “한 아기라도 내가 한 일 때문에 죽는다면 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그는 ‘당신은 해고됐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당시 일로 그가 해고되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보복을 당했다. 지하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좌천’을 경험한 것. 피니 씨는 1982∼83년에 USAID 법률고문실에서 유엔개발계획(UNDP)과 관련된 미국정책을 다뤘다.

상원 외교위 바버라 복서(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23일 이 편지를 기자들에게 공개한 뒤, 민주당 측은 이 편지의 내용에 대한 조사를 위원회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 달 이상 계속된 언론의 ‘볼턴 두드리기’와 그의 과거 비행에 대한 제보가 속속 잇따르면서 그의 인준 전망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까지 ‘볼턴 구하기’에 나섰지만 이미 사안 자체가 ‘적격성 시비’의 차원을 넘어선 듯하다. 볼턴 내정자도 이젠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상태다.

상원 외교위는 다음 달 6일까지 볼턴 내정자의 기록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12일 인준 투표를 실시한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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