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철도강국’ 명성 무너졌다…효고현 도심서 열차전복 460여명 사상

  • 입력 2005년 4월 25일 18시 16분


코멘트
25일 오전 9시 18분 일본 효고(兵庫) 현 아마가사키(尼崎) 시내에서 ‘철도 선진국’ 일본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후진국형 철도 전복 사고가 발생해 승객 등 54명이 숨지고 410여 명이 다쳤다.

아마가사키 시내 JR 후쿠치야마(福知山)선을 달리던 쾌속열차는 철도 건널목 부근에서 탈선해 맨 앞 1, 2량은 6m가량 떨어진 아파트와 충돌하며 대파됐다. 모두 7량 가운데 5량이 탈선한 이 열차에는 580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는 남자 30명, 여자 2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베(神戶) 총영사관 김현덕 영사는 “사망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한국인은 없었다”며 “하지만 부상자 명단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름이 1명 있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중상자도 120명이 넘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시간을 지체한 기관사가 운행표에 맞추려고 과속으로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사고 열차는 직전 역에서 플랫폼을 8m 지나쳐 서는 바람에 후진하느라 출발시간이 예정보다 1분 30초가량 늦어졌다.

사고 지점은 아마가사키 역에서 북서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커브 구간. 이곳에는 열차가 제한속도를 초과하면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도록 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구형이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1991년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열차가 다른 열차와 충돌해 42명이 숨진 시가라키(信樂) 고원 사고를 웃도는 것으로 161명이 사망한 1963년 도쿄(東京) 교외의 열차사고 이래 42년 만의 최악의 철도사고다.

이번 사고에서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사고열차가 충격에 약한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스테인리스강 차량은 강철제보다 가벼운 데다 도색도 필요 없어 제조원가가 싸지만 전복이나 충돌 때 휴지조각처럼 구겨질 정도로 약한 단점이 있다. 일본 총리실과 국토교통성은 각각 대책본부를 설치했으며 수백 명의 구조대원을 현장에 급파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