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쌀농사 대신 연근 심고 콩 뿌리고 인삼 키운다

  • 입력 2005년 4월 25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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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江華島)를 ‘연화도(蓮花島)’로 가꾸자.”

인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 신정리, 연리 등 5개 리의 총 300가구 가운데 250가구 농민들이 올해부터는 논에 벼를 심지 않고 연꽃을 재배하기로 했다.

본격화된 쌀 시장 개방과 정부의 추곡수매 중단으로 불안해진 이 지역 이장단과 농민들이 인근 사찰인 선원사의 ‘7년 실험’ 성과를 눈으로 확인한 끝에 쌀농사 중단이라는 중대 결단을 내린 것.

이에 따라 농민들은 이달 초부터 50만 평 규모의 논에 연 뿌리를 심고 있으며, 연꽃 재배단지 조성을 위한 농업활성화 자금을 농림부에 신청하기로 했다.

이 지역 농민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선원사는 1998년부터 사찰 앞 논 5000평에 연꽃을 재배해 유기농 연근을 비롯해 연꽃 및 연잎 차, 연근 막걸리, 연 냉면 등의 가공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연꽃이 자라는 물 고인 논에는 비단잉어, 장어, 메기, 우렁이 등을 키워 부대 수입도 거두고 있다. 연꽃이 만발하는 매년 7월에는 ‘연꽃 축제’를 열어 흥겨운 마을 잔치를 열고 있다.

선원사 주지인 성원(강화관광농업연구회 회장) 스님은 “연농사가 벼농사보다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며 “경기 용인시와 연천군, 강원 양양군 등지에 사는 농민들의 요청으로 최근 연근 종자를 무상으로 공급해 줬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이처럼 쌀농사를 접고 수익성이 높은 대체 작물을 심는 농가가 늘고 있다.

경북과 충남은 참살이(웰빙) 열풍을 타고 국내산 콩이 인기를 끌자 ‘논 콩’ 재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콩은 생산비와 노동력이 적게 드는 대신 벼보다 소득이 훨씬 높아 농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경북의 경우 콩 재배 면적이 2004년에 1만6206ha로 2003년의 1만2870ha보다 26%가량 늘어났다. 올해는 농민들이 1만6500ha의 논에 콩을 심을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에서도 콩 재배 면적이 2003년 164ha, 2004년 238ha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 수출되는 파프리카(피망 종류)도 벼 대신 논에서 키울 수 있는 특용작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경남에서만도 지난해에 일본에 2153만 달러어치의 파프리카를 수출했다.

전남에서는 쌀 대신 인삼을 고소득 대체 작물로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전남 장성군에서는 복분자 재배가 벼농사를 밀어내고 있다.

지난해 전남의 백양사, 장성 등 5개 지역 농협 조합원 110명은 5만여 평의 논에 복분자를 심어 4억여 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충북 청원군 옥천군과 전남 함평군 해남군 등지에는 논에 광물성 규소 성분의 천연비료를 뿌려 당도 높은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는 농가도 있다.

이 천연비료를 생산하고 있는 H사의 박정기 사장은 “벼 대신에 다른 작물을 심더라도 농약으로 오염된 논의 지력을 회복시키는 문제가 농민들의 큰 고민거리”라고 전했다.

▽쌀 시장 개방 및 추곡수매 중단=정부는 1948년부터 농가보호를 위해 시행해 온 추곡수매를 올해부터 사실상 중단한다. 다만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해 시중 거래가격이 현재 시세(1가마 80kg 기준 17만 원)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쌀 수입은 올해부터 매년 0.5%씩 늘어나며 2014년까지 국내 소비량(연간 500만 t)의 8%까지 의무적으로 늘려야 한다. 수입 쌀 가운데 10%가 9월부터 ‘식탁용’으로 시판된다.

강화=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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