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머리 맞댔지만… 勞使政, 비정규직 법안싸고 진통

  • 입력 2005년 4월 25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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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둘러싼 길고 긴 논란이 노사정(勞使政) 모두 최종 시한으로 설정했던 4월의 종반부에 이르도록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노사정 당사자가 모두 참여하고 있는 ‘노사정 실무회의’는 휴일도 잊은 채 23일 오후부터 24일 새벽까지 밤샘 회의를 열었다.

실무회의는 이어 24일 오후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다시 회의를 열어 막판 타협에 나섰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몇 가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실무회의에는 이목희(李穆熙)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과 양대 노총의 사무총장, 경영계 단체의 부회장급, 정부 관련 부처의 차관급이 참여했다.

2001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비정규직 법안은 4월 초만 해도 합의 처리 가능성이 높았다.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됐던 노사정대표자회의가 민주노총의 전격적인 참여로 9개월 만에 재가동돼 5일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양대 노총의 수장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댐으로써 대화를 통한 타결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대표자회의 직후 8일부터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도로 실무회의가 열려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혀나갔다.

하지만 1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안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시’ ‘기간제 근로자 사용 사유 제한’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사실 이 두 가지 원칙은 노동계도 지나친 이상론이라며 장기 과제로 미뤄뒀던 사안. 하지만 인권위가 비정규직의 권리 보호를 위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노동계는 퇴로를 차단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18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입법, 행정, 사법 등 국가기관은 인권위안을 즉각 수용하라”고 요구한 뒤 22일부터 공동 단식투쟁에 돌입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에 맞서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장들도 22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 의견의 철회를 요구하는 등 한때 접점을 좁혀가는 듯했던 비정규직 법안은 인권위 의견표명 이후 노사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돼 가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실무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24일 “노사정 모두 합의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간격이 아주 좁혀진다면 25일 회의를 한 번 더 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환노위는 끝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5일부터 법안심사소위를 연 뒤 표결처리할 예정이다.

김상호 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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