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김영남 6·15선언 후 첫 고위급 회동

  • 입력 2005년 4월 24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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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북한 김영남(金永南·77)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났다.

두 사람은 오전 11시 40분부터 45분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만나 “올해는 광복 60주년이자 6·15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남북 양측이 화해와 협력의 정신을 되살려 당국간 회담 등에 임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이강진(李康珍) 총리공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총리급 이상의 남북한 고위 당국자간 회동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회담 필요성 합의=만남에서 이 총리는 “과거에는 남북 당국간 회담을 통해 북한에 비료를 지원해 왔다. 앞으로도 그와 같은 통상적인 절차를 밟아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며 “지난해 8월 이후 중단된 남북 당국자 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민족공존의 원칙에서 북남 당국자 회담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 북한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올해가 6·15공동선언 5주년인 뜻 깊은 해이므로 전향적 국면이 열리도록 북남이 공동 협력하자”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일본에 있는) 북관대첩비를 반환받으려면 남북 당국자 회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김 위원장도 “적극 추진토록 하자”고 동의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이 총리는 김 위원장에게 “위원장님의 고명을 많이 들었다. 뵙게 돼 영광이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사진기자들을 향해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사진을 여러 번 찍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면담이 시작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이 끝난 뒤 이 총리는 동행 기자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회동 결과가 좋았다. 가장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회동 직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결과를 보고했고, 노 대통령은 “잘됐다. 맹활약을 했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자카르타 회동’을 위해 정부는 다양한 경로로 북측과 접촉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도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전날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조우해 10여 분간 환담을 나누면서 회동 성사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때 이 총리는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김 위원장에게 다가가 대화가 끝날 때까지 5분간 기다리며 자신보다 스물두 살 많은 김 위원장을 예우했다.

자카르타=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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