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사회 일원입니다… 청소년들 당당한 목소리 내기

  • 입력 2005년 4월 23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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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는 요즘 청소년들의 진정이 잇따르고 있다.

“두발 제한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직장체험프로그램’에 18세 미만도 참여하게 해 달라”, “중고교 등에서 학생회장을 선출할 때 입후보 자격으로 성적 제한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등이 그것. 사회 현안에 대해 청소년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중고교생의 참여는 더욱 뜨겁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전국이 들끓었던 지난달,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으로 몰려들 때 중고교생들은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www.prkorea.com)를 찾았다.

지난달 반크에 새로 가입한 회원은 모두 500여 명. 이 가운데 중고교생이 80%에 이른다. 직장인이나 대학생이 만든 반크 동아리는 없지만 중고교에서는 7개 ‘반크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중고교생의 활동이 ‘대입 준비생’ 수준을 넘어서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사회문제 등에 목소리를 냈으나 최근에는 청소년들끼리 자신이 처한 현실 문제뿐 아니라 독도 분쟁 같은 사회의 일반 현안까지 인식을 공유하고, 조직적인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 사무처와 문화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대한민국 청소년의회’가 대표적인 사례. 청소년의회는 청소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정부 정책에 청소년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됐다. 제1대 청소년의회는 지난해 1월 국회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입법청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선거권 연령 인하 캠페인, 청소년 정책 페스티벌 등을 2년간 펼쳐 왔다.

의회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직접 투표로 2년 임기의 의원을 선출하며 현재 청소년 선거인단에 2만6000여 명의 청소년이 등록돼 있다.

강동초아(19·여) 의장은 “청소년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상호의견 공유, 시야 확장, 인간관계 정립 등 입시위주 교육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체득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청소년개발원 김영지(金映志) 연구위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문제들을 공유하고 ‘적극적 발언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학회 총무이사인 송태호(宋泰鎬) 경기대 교수는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사회 문제에 주체로 나서는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집단적 군중 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올바른 가치관과 판단력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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