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시민 외면하는 엘리트중심 문화사업 그만

  • 입력 2005년 4월 22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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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전후해 국내 각 도시마다 문화도시 건설이라는 구호 아래 다양한 문화 정책과제를 설정하고, 경쟁적으로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천시 역시 도시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각종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정상의 부천시립교향악단(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5대 문화사업이 펼쳐지고 있고,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박물관, 공연장 등 문화공간도 많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문화사업은 외견상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부천시가 일방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문화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많다.

엘리트 중심의 문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외부 전문 인력을 주축으로 문화정책이 추진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민 세금으로 매년 40여억 원씩 지원되고 있는 부천시립교향악단은 음악애호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역할을 별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판타스틱 장르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부천국제영화제도 시민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영화제 기간 중 부천 시민들의 관람률이 5%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천시의 문화정책이 지역 문화를 주변화 시키고,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진단할 수 있다.

지방분권시대에 맞게 시민과 지역예술인, 문화예술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자율적 문화사업이 요구된다. 부천시의 문화사업은 문화도시 건설을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이제 부천에 사는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외부 자원에 의해 문화 사업이 추진됐다면, 앞으로 부천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문화사업도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한 것 같다. 그러나 지역 간 과도한 경쟁은 또 다른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문화사업의 가시적 성과 보다 시민들의 문화적 삶을 한 단계 높게 끌어올리는데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한다.

김창섭 한국예총 부천지부 회장 chang531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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