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원정도박…횡령… 잇단‘파계’에 조계종 뒤늦은 자성

  • 입력 2005년 4월 2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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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이 어수선하다. 요즘 인터넷 불교 사이트에는‘스님들 왜 이러나…’ ‘안타깝고 부끄럽다’같은 신도들의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계종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조계종에 무슨 일이?=경주 불국사 내 골프연습장 불법 건립,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된 모 주지 스님의 해외 원정 도박과 외환관리법 위반 의혹, 조계종 임시 중앙종회에서 제기된 동국대 일부 이사진의 부정 의혹, 조계사 옆 한국 불교역사기념관 내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실 인테리어 공사 관련 의혹, 전남 구례 화엄사 주지 스님의 국고 보조금 횡령 혐의 수사,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사찰 도난물품에 다이아몬드 시계와 골프 회원권이 포함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이 같은 의혹들은 참선과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불교신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데다 1994년 개혁 이후 종단이 안정을 거쳐 중흥기로 들어서고 있는 시점에 터져 나온 일들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반성합시다”
조계종중앙신도회와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만해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불거진 교단 내 의혹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종단 자정을 촉구했다. 변영욱기자

이와 관련해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가 12일 종단의 일부 고위 소임자들의 대오각성과 의혹 당사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선 데 이어 △14일 교구 본사 주지회의가 자정을 결의하고 △18일 조계종 전국비구니회가 청정 승가상 확립과 종단 사찰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결의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 19일에는 실천승가회도 종단 혁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안은?=종단 내부에서는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스님들의 사생활이 구설수에 올랐다는 데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중진스님은 “사실 여부를 막론하고 종단 내 리더 수행자의 사생활 문제가 이렇게 떠들썩하게 드러난 것은 그 자체가 엄청난 일이며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님은 “현재 종단 내부의 분위기는 여당과 야당으로 갈려 서로를 비난하는 정쟁을 연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쪽이나 받아들이는 쪽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조직을 위하는 마음으로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정 투명화나 선거제도 변경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전국의 사찰들은 권역별로 묶여 본사의 정기감사를 받긴 하지만 의례적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한 스님은 “주지 혼자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외부인들이 주축이 된 전문 감사를 통해 사찰 재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총무원장부터 주지에 이르기까지 선거 위주로 소임자를 뽑는 풍토도 이번 기회에 개선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종회 의원은 “1994년 종단 개혁 때 기존의 추대 임명제에 대한 비판에서 선거가 도입되었는데 최근에는 줄서기와 돈 선거로 타락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여기에 물량과 속도 위주의 불사(佛事) 중심 사고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은 “개발경제 때 학습된 속세의 속도와 물량 위주의 사고방식이 절 집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찰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불사”라며 “공짜 돈(정부 예산) 타 내서 절을 크게 짓는 게 주지의 능력이 되면서 수행과 포교가 아니라 건물 관리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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