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안된 대학생… 기가막힌 대학들

  • 입력 2005년 4월 2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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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영어시험 TEPS를 실시한 결과 990점 만점에 500점 이하로 대학영어 강의를 들을 만한 실력이 안 되는 학생이 16%나 됐다. 700점 이상인 고급영어 수강 대상인 학생은 36%에 불과했다. 수학도 마찬가지여서 기초수학부터 수강해야 할 학생은 17%. 제7차 교육과정이 첫 적용된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입학한 현 1학년은 수리영역이 2개 수준으로 나뉘면서 미적분을 배우지 않은 문과생들이 많아 수업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한민구(韓民九) 공대학장은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서 거기에 맞춰 공부한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수능 난이도를 높이거나 본고사를 부활하면 이런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정헌배(鄭憲培·경영학) 교수는 “‘인생(人生)’과 같은 기초한자도 모르거나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도 많다”고 개탄했다.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는 22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학부대학 무엇에 기여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교양교육 강화를 위한 대안을 논의했다.

대학들은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 ‘특별 과외’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학력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전 수학 영어 특강을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이를 석사과정 신입생까지 확대했다.

자연대 수리과학부는 석사과정 신입생 전원에게 학부 과목인 ‘대수학’ ‘해석학’ 수업을 주 3일에 6시간씩, ‘기하학’ ‘위상수학’을 5시간씩 모두 7주 일정으로 사전 교육하고 있다.

공대는 미적분 등 수학 기초과목을, 물리학부는 학부 2학년과 4학년에서 배우는 화학 물리 등 전공 기초과목을 복습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공대는 또 지난해 2학기부터 1학년 대상으로 ‘말하기’ ‘과학과 기술 글쓰기’ 강좌를 개설해 글쓰기 능력이 떨어져 과제물을 작성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현배(姜炫培) 부원장은 “대학원 신입생까지 입학 전에 기초교육을 시키고 학부과정 복습을 위해 교과과정 수준을 낮추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2007학년도부터 입학정원을 3000명에서 2500명으로 줄이고 기초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기초반을 180명씩 3개 반을 편성해 기초과정을 수준별로 가르치고 있다. 물리도 기초반을 195명씩 3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학부 기초과정에서 토론식 수업을 도입하는 등 학사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 박사과정 이수자를 ‘튜터’로 채용해 글쓰기도 지도하고 있다. 과제물을 많이 내주고, 확인평가나 첨삭지도를 하도록 독려하는 ‘학원 방식’의 수업을 하고 있는 것.

성균관대도 교양교육 강화를 위해 1학기에 개설한 교양기초 168과목(790개 강좌) 중 39%인 65과목을 개편했다.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 영역 4과목 105개 강좌를 개설하고 전담교수 11명을 채용해 글쓰기 지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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