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전면 오디션 앞둔 서울시향

  • 입력 2005년 4월 2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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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술관 5층 서울시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저마다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날은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는 새 시향 오디션 전 마지막으로 연습실이 개방되는 날이었다. 전영한 기자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술관 5층 서울시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저마다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이날은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는 새 시향 오디션 전 마지막으로 연습실이 개방되는 날이었다. 전영한 기자
21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관 5층 서울시향 연습실. 다비드의 트롬본 콘체르트 독주가 울려 퍼졌다.

“왜 한 사람에 10분 정도밖에 안 주지? 이 곡이 15분짜리인데.”

장현배(49) 부수석이 트롬본 연주를 마치고 물었다.

“그러니까 다 연주할 순 없는 거지. 어쨌든 듣기 좋던데.”

“포르테 할 땐 이쪽 보지 마. 음색이 이상해.”

동료 단원들의 격려와 지적이 쏟아졌다. 연습실에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교향악단 단원 7명이 정명훈(鄭明勳) 씨를 영입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시향을 10년 내에 세계수준으로 키우겠다며 그 첫 수순으로 단원을 전면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현재 시향을 경쟁력 없는 ‘철밥통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시향 단원들은 “사실상의 정리해고”라며 반발했지만 현재 96명의 단원 중 79명이 새 시향의 오디션에 지원한 상태다. 나머지 17명은 오디션을 거부 또는 포기했다.

“나이 쉰 살에 시험공부하고 있습니다. 시향에 연습실이 여기 한 곳밖에 없어요. 개인연습실 하나 없을 정도로 지원이 열악한데 실력이 낮은 게 전부 우리 탓이라고만 합니다.”

한 단원이 불만을 터뜨렸다. 오디션을 앞두고 개인연습실이 없는 단원들이 돌아가며 시향의 단체연습실을 쓰고 있으며 팀파니 등 악기를 들고 나갈 수 없는 연주자들은 오전 2, 3시까지 연습실에 남는다고 했다.

같은 시간 연습실 옆 지휘자실에서는 김후영(44·여) 씨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습 중이었다.

“연습실이 없어서 여기서 연습하고 있어요. 동료들이 다같이 합격하자고 합니다. 15일 있었던 마지막 정기연주회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단원들이 연습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에는 단원 11명이 연습실에 나와 저마다 연주에 몰두했다.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바이올린과 바순, 실로폰 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들렸다. 복도에서 연습하는 사람도 보였다.

“한국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인 시향이 당연히 최고(最高)의 오케스트라여야 하는데 그동안 그러지 못했죠. 그러나 우리는 모두 시향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시향이 이 기회에 정말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되길 바랍니다.”

단원 A 씨의 말이었다.

새 시향 단원 오디션에는 외부지원자가 606명이 몰려 평균 6.4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는 외부지원자 중 외국인 연주자와 해외 유명 교향악단 단원 경력자, 국내 주요 교향악단 수석연주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오디션은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되며, 악장과 수석·부수석 등 직책단원 심사에는 정명훈 씨가 직접 참여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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