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권인혁]해외 한국학 지원 통합기구 만들자

  • 입력 2005년 4월 2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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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대학의 한국학과 폐지 위기에 대한 일련의 보도가 있었다. 특히 옥스퍼드대 한국학 과정이 폐강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에 해외 한국학 지원을 전담하는 기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

실상 해외 대학의 한국학 과정 존폐 위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교류재단에서 1993년 한국학 과정 설치를 추진할 때부터 ‘한국학이 과연 독립적인 학문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일본학이나 중국학 정도만이 독립적인 지역학으로 대접받고 나머지는 아시아학으로 뭉뚱그리는 것이 구미의 일반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의 학문적 권위와 중요성에 비추어 한국학의 교두보가 절실했던 재단은 한국학 과정이 5, 6년 유지된다면 대학당국도 한국학 과정을 독립 분야로 인정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이 과정 설치를 지원했다. 교수직 운영경비를 5년간 지원키로 하고 한국사 교수 1인과 한국어 강사 1인으로 한국학 과정이 출범했다. 대학 측도 한국기업과 동문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자립의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 측 기업으로부터의 후원이 없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자 통폐합론이 계속 고개를 들었고 그때마다 국제교류재단이 자금 지원을 연장해 왔다. 결국 최근에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추가 지원키로 한 상태다. 2007년까지 별도의 후원이 없는 한 다시 국제교류재단의 한정된 예산만 가지고 연명해야 하는 것이다.

옥스퍼드대의 일본학과가 닛산이 지어준 ‘닛산 일본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교수진이 10만 권 이상의 장서를 갖추고 다양한 학제 간 연구를 벌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일본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성숙한 기부문화가 결합된 결과다. 1990년 닛산 한 기업에서 옥스퍼드대에 기부한 액수만 약 80억 원에 이른다. 일본학과와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해외한국학에 대한 기업의 참여방안을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세계 선진국들은 다른 나라의 정신적 주도층이 교육을 받는 대학 교과 과정에서 자국 관련 학문의 비중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여념이 없다. 오랜 식민지 경략 경험을 통해서 자국의 문화와 학술을 해외에 보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1988서울올림픽 이후 높아진 국가위상을 배경으로 ‘우리 것’을 알리기 위한 중심기구를 갖자는 논의가 일어 1992년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설립했다. 그러나 당초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과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을 모델로 해 설립됐던 재단은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사회 특유의 부처이기주의에 매몰돼 일개 정부 산하기관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영국문화원이 독립기구로서 자국의 학술 문화를 보급하는 전초기지로서 역할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적이다.

해외 한국학을 육성하고 우리 문화를 알려 나가는 일은 정부 일방의 노력이나 민간 차원의 봉사만으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도 영국문화원처럼 민관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문화 학술 교류 창구를 하나쯤 가질 때가 되지 않았을까.

권인혁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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