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 3분의 1 중국산 사과·배 수입검토

  • 입력 2005년 4월 2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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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수입을 검토하기로 한 중국산 사과와 배의 예상 판매가격이 국산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사과와 배의 맛은 국산과 비슷해 수입이 시작되면 9만 가구에 이르는 국내 과수 농가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본보가 농협조사연구소에서 입수한 ‘중국 과수 산업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산 사과를 수입할 때 예상되는 도매가격은 kg당 평균 910원으로 국산 사과 평균 도매가격(2788원)의 32.6%에 불과했다.

중국산 배의 평균 도매가격은 761원으로 국산 배(1856원)의 41% 선이다.

▽중국산 사과 판매가, 국산의 32%=수입업체가 중국 사과 산지인 산둥(山東) 성에서 사과를 사는 가격은 kg당 408∼456원. 여기에 해상운임, 관세, 통관비, 수입업자 수수료 등을 붙여 국내 농산물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가격은 872∼949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사과의 출하가격은 2532∼3305원.

같은 식으로 중국 허베이(河北) 성에서 생산된 배가 국내 도매시장에 풀리는 가격은 707∼774원으로 국산(1479∼2496원)보다 훨씬 낮다.

중국산 사과와 배 값이 싼 것은 중국 농가가 1990년 이후 △우수 품종 도입 △대량 생산 △재배기술 향상에 힘써 생산성을 높인 결과다. 2003년 중국의 사과 생산량은 2110만 t으로 한국 생산량(37만 t)의 57배에 이른다.

품질 면에서 국산이 월등한 것도 아니다.

농협조사연구소 오정윤(吳政潤) 조사역은 “지난해 9월 산둥 성과 허베이 성을 직접 방문해 사과와 배의 당도, 경도, 육질 등을 비교한 결과 국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언제 수입될까=정부는 중국산 과일 수입이 시작되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협상에 앞서 농산물의 병해충 유무를 검증하는 8단계의 수입위험평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작년 8월 이미 한국에 사과와 배에 대한 수입위험평가를 신청했다.

국립식물검역소 관계자는 “현재 중국산 체리에 대한 수입위험평가가 진행 중이며 이 평가가 끝나야 사과와 배에 대한 평가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중국이 전 국토의 8분의 1에 이르는 121만 km²를 ‘병충해 무발생구역’으로 지정하며 과일 수출에 전력투구하고 있어 조기에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쌀 협상 부가합의에 ‘수입위험평가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수입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농가 구조조정, 품종 육성 필요=전문가들은 중국 과일이 수입되는 2010년경 한국 과수 농가는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쯤에는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일본산 고급 사과와 배도 대거 수입될 전망이기 때문. 한국 과수 농가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품질 공세 사이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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