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KBS 공금유용 감사자료 내놔라”

  • 입력 2005년 4월 2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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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2004년도 KBS 결산 심의를 위해 소집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KBS 측이 공금 유용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바람에 파행 운영됐다. 박찬숙 의원(왼쪽)에 이어 심재철 의원이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1일 2004년도 KBS 결산 심의를 위해 소집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KBS 측이 공금 유용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바람에 파행 운영됐다. 박찬숙 의원(왼쪽)에 이어 심재철 의원이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일부 직원 공금 유용 파문(본보 19일자 A2면 참조)이 확산되는 가운데 100여 명의 PD와 기자들이 지난해 제작 보조 요원들에게 2억 원 안팎의 수당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지급한 사실이 최근 자체 감사에서 적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KBS의 이 같은 도덕적 해이와 방만한 경영 실태를 추궁하며 KBS 정연주(鄭淵珠) 사장, 이종수(李鍾秀) 이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수신료는 쌈짓돈”=본보가 최근 입수한 KBS 내부 자료에 따르면 KBS PD와 기자 106명은 지난해 방송작가, 스크립터,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직 제작 보조 요원들에게 사규상 지급할 수 없는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급한 금액은 총 2억 원가량. KBS 감사실 측은 이를 문제 삼아 ‘부당 지급’된 돈을 회수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PD와 기자 53명에 대해 사측의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제작 보조 요원들은 회수 조치에 반발해 “오히려 회사가 근무시간 외 노동을 시키고도 법정 수당에 못 미치는 돈을 줬다”며 KBS 측을 서울남부지방노동사무소에 고발했다. 이에 KBS는 2억 원을 회수하지 않겠다며 제작 보조 요원들을 설득했고, 이들은 소를 취하했다. 노동부도 당초 검토하던 KBS의 검찰 고발을 취소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수당을 지급한 것이 화근이 돼 내홍(內訌)이 벌어졌던 것이다.

▽국회 문광위 파행=이날 KBS의 2004년도 결산 심의를 위해 소집된 국회 문광위는 KBS 측이 공금 유용 파문 등과 관련된 일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해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파행 운영됐다.

문광위 한나라당 간사인 정병국(鄭柄國) 의원은 회의 시작 직후 “결산 심의를 위해 일부 직원들의 공금 유용에 대한 감사 자료가 필요한 데 제출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산에 응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허위 보고”라며 KBS에 감사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감사 자료는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어 곤란하다”며 거부했다. 박찬숙(朴贊淑)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전날(20일) 오후 KBS 관계자에게 또 다른 공금 유용 의혹 관련 감사 자료를 요구했으나 이 관계자는 ‘더 이상 KBS가 만신창이가 되는 꼴을 볼 수 없다. 양해해 달라’며 거부했다”며 “KBS는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자료를 제출할 수 없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측은 “한나라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KBS의 결산 심의를 거부했다” “KBS 개혁을 탄핵하려는 세력들의 음모”라며 오히려 KBS 감싸기에 나섰다. 민병두(閔丙두) 의원은 “일부 언론에 감사 자료가 유출된 경위를 내사할 의향은 없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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