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허리휘는 노인교통수당 “이건 아닌데…”

  • 입력 2005년 4월 2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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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인구 노령화로 노인교통수당과 지하철 무임수송 등 경로우대 비용 부담이 날로 늘어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노인복지는 국가 사무”라며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일부에서는 지자체의 비용 부담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또 두 제도가 소득과 관계없이 65세 이상 노인이면 무조건 받게 돼 있어 복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방재정 압박 요인=전국의 각 지자체가 노인 1인당 약 1만 원씩 주는 노인교통수당은 1994년 821억 원에서 지난해 5017억 원으로 약 6배로 늘었다. 2020년경에는 1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경남도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노인교통수당의 50%를 국고로 보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도는 공문에서 “도내 65세 이상 노인이 32만 명이 넘는데 매달 1300명씩 더 늘어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며 “교통수당에 예산을 책정하느라 더 긴요한 노인복지사업의 예산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고 주장했다.

기초자치단체들의 모임인 전국시장군수구청장 정책협의회도 지난달 정부에 노인교통수당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했다.

지하철 무임수송도 지자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를 제외한 전국 5대 도시 지하철의 무임수송 비용은 1610억 원. 2020년에는 85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 대해 지하철을 무료로 타도록 한 노인복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무임수송 비용이 1년에 1000억 원을 넘어 지하철 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국가 사무에 대해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위헌이 아닌지 등을 법무담당관실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교통수당이면 치매병원 매년 10개 지어=지자체들은 현재의 경로우대 교통제도가 복지원칙에도 맞지 않으며 실효성도 낮다고 주장한다.

노인교통수당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월 1만 원 안팎의 돈을 일괄 지급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부유층에 쓰이는 모순이 생긴다는 것. 한 구청 관계자는 “국회의원, 장관, 재벌 회장도 모두 교통수당을 받아간다고 보면 된다”며 “외제차를 타고 와서 수당을 신청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각 구청이 지급하는 교통수당을 모으면 치매노인 60명을 수용하는 요양시설을 매년 10개씩 지을 수 있다”며 “반발 때문에 당장 폐지하기는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꼭 검토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인 우대 차원에서 대중교통 할인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현금을 지급하거나 무료로 이용케 하는 예는 거의 없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인교통수단▼

1980년 버스업체들에 노인수송비용을 떠안도록 하는 경로우대제가 그 기원. 그러나 버스업체들이 노인 승차를 꺼리는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1990년 국가에서 노인승차권을 지급하는 제도로 바꿨다. 1994년 주 재원인 담배소비세가 지방세로 전환됨에 따라 지방사업으로 이관됐으며 1996년부터 승차권 대신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8333∼1만6000원 선.

▼지하철 무임수송▼

1980년 노인복지법과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 70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었으나 이후 대상이 65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1984년에는 전액 무료로 됐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중산층이상 노인은 수당 기부해 주세요”

‘기사 딸린 차’를 타는 부유층 노인에게도 월 1만 원가량의 버스비를 지급하는 노인교통수당 제도. 이를 개선하는 묘안은 없을까.

서울시는 중산층 이상 노인들을 상대로 교통수당을 노인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서울시 심순의(沈純義) 노인지원팀장은 21일 “교통수당을 기부할 의향이 있는 어르신을 찾아 지급액을 이웃돕기 단체 등에 직접 입금하도록 하는 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미 안내문 초안을 마련하고 연내에 캠페인을 실시할 방침이다.

노인단체들의 반응도 호의적인 편이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조규동(曺圭棟) 사무처장은 “취지는 좋다”면서 “다만 노인을 위해 지급하는 돈인 만큼 노인을 위해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부캠페인에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저소득층 노인과 일반 노인에게 월 4000원 정도 차등지급을 시작했을 때도 ‘왜 교통요금은 오르는데 수당은 오르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중산층 노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65세 이상 노인을 상대로 실시한 ‘전국 노인실태 및 복지욕구조사’에서는 교통수당제도를 폐지하고 그 예산을 다른 노인복지사업으로 쓰는 것에 대해 응답자 3017명의 72.2%가 반대했으며 찬성 의견은 20.2%에 불과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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